너는 고양이 아니고 사람이지

〈3화: 예상치 못한 위로의 순간〉

by 윤사랑

지안은 오늘도 조용히 일했다.



보고서는 깔끔했고, 회의에서의 발언은 정확했다.

상사는 만족했고, 동료들은 아무 말 없었다.



그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말이 없다는 건,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니까.


점심시간, 지안은 혼자 커피를 사러 나갔다.

햇빛이 따뜻했지만, 마음은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카페 앞에서 같은 부서의 후배를 마주쳤다.

소엔 말이 별로 없던 사람이었다.



“지안 선배, 오늘 보고서 진짜 좋았어요.”

그 말은 짧았지만, 지안은 순간 멈칫했다.



“아… 고마워요.”

지안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조금 흔들렸다.



그 말은 칭찬이라기보다 인정처럼 들렸다.

질투도, 견제도 없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말.



지안은 커피를 들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이런 말 하나가 왜 이렇게 위로가 되지?’



그건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노력을 알아봐 준다는 것.

그게 이렇게 따뜻할 줄은 몰랐다.


.

.

.


퇴근 후,

지안은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섰다.

루이는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 왔네~” 지안은 말하며 머리부터 꼬리끝까지 손을 쓱 문질렀다.

루이는 “냐옹—” 하고 대답했다.


“오늘은 좀 괜찮았어.

사람이 사람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네.”



루이는 조용히 소파로 올라가 지안의 옆에 앉았다.

지안은 실타래를 굴렸고, 루이는 앞발로 톡톡 건드리다가, 갑자기 구르며 쫓기 시작했다.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지안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너는 매일 나한테 위로를 주지만, 오늘은… 사람한테도 받았어.”



지안은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는 여전히 복잡했지만, 마음은 조금 덜 복잡했다.



그날 밤,

지안은 루이 옆에 조용히 누웠다.

방 안은 적당히 어두웠고, 이불은 따뜻했다.



루이는 말없이 숨을 고르며,

작은 몸을 말고 잠들어 있었다.

지안은 그 숨결에 맞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생각이 많지도, 특별히 슬프지도 않은 밤이었다.

그냥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마음을 눌러주었다.



이불 속 공기가 부드럽게 몸을 감싸고,

루이의 온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말없이도 충분했다.



지안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는 고양이 아니고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