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역류
〈기억의 역류〉
그들은 미래를 함께했다.
함께 늙었고,
함께 울었고,
함께 많은 계절을 건넜다.
그들의 사랑은
조용하고 단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이 무너졌다.
세계는
기억을 남긴 채
과거로 되돌아갔다.
그는 눈을 떴고,
그녀를 몰랐다.
그녀는 눈을 떴고,
그를 몰랐다.
그들은
아직 만나기 전이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서로를 끌어당겼다.
그는 낯선 카페에서
익숙한 향기를 느꼈고,
그녀는 처음 보는 거리에서
익숙한 발걸음을 따라갔다.
그들은 마주쳤다.
처음처럼,
아니,
마지막처럼.
그녀는 말했다.
“이상하죠.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리운 느낌이에요.”
그는 대답했다.
“당신을
기억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들은 다시 사랑했다.
처음처럼,
다시처럼.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꿈에서
그들의 미래를 보았다.
늙은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그녀는 깨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은
그녀가 꿈에서 본
그 웃음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기억은
시간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
사랑은
만남보다 먼저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