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관성〉
그들은 오래된 연인이었다.
사랑은 오래전에 식었지만,
함께 있는 습관은
여전히 따뜻했다.
아침 인사는 자동처럼 흘렀고,
저녁 식사는 말없이 지나갔고,
기념일은 잊혀졌지만
서로는 잊지 않았다.
그녀는 가끔 생각했다.
“우리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계속하고 있는 걸까.”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도 묻지 않았다.
그들은
관성처럼
흘러갔다.
어느 날,
그녀는 조용히 짐을 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말했다.
“혹시,
멈추면
우리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떠났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너를 사랑한 게 아니라,
너와 함께 있는 나를
사랑했던 것 같아.
그건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관성의 착각이었을까.”
그녀는 그 편지를 받지 못했다.
주소는 바뀌었고,
시간은 흘렀고,
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매일
편지를 썼다.
움직이지 않던 마음이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