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유효기간

by 윤사랑

〈유효기간〉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서류를 받았다.


감정관리청에서 발급한
사랑의 유효기간: 1년 11개월.


그녀는 망설였다.
“끝을 알고 시작하는 게
무서워.”


그는 웃었다.
“우린 끝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거야.”


그들은 사랑했다.
첫 계절은 뜨거웠고,
두 번째 계절은 익숙했고,
세 번째 계절은 조용했다.


그리고
마지막 계절이 다가왔다.


그녀는 점점 말이 줄었고,

그는 점점 눈을 피했다.
그들은 서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유효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말했다.
“우리가 끝날 걸 알았는데도
왜 이렇게 아플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처음 만났던 날과
같은 온도였다.


그들은 예정대로
이별했다.
예상대로,
조용히.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다시 감정관리청을 찾았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했다.

서류를 받았다.

사랑의 유효기간: 없음.


그녀는 놀라 물었다.
“왜 유효기간이 없죠?”


직원은 말했다.
“당신의 지난 사랑은
예정된 끝을 넘겨
기록되지 않은 감정의 영역으로 진입했어요.
그건 시스템이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측정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그 사랑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다시 떠올렸다.
그 손의 온도,
그 말 없는 위로.


그 사랑은
유효기간을 넘겨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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