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흙의 기억

by 윤사랑

〈흙의 기억〉



그는 죽었다.
조용히,
마치 오래된 문장이
마침표를 찍듯이.


그의 마지막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흙이 되면,
기억은 잎으로 자랄 거야.”


사람들은 그 말을
시처럼 받아들였고,
그녀는
그를 묻고
그 위에 작은 나무를 심었다.


처음엔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흙,
그저 씨앗,
그저 침묵.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나무 아래에 서면
그가 좋아하던 음악이 떠올랐고,
그 잎을 만지면
그의 말투가 귓가에 맴돌았고,

그 향기를 맡으면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가슴속에서 울렸다.


그녀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당신이 흙이 된 게 아니라,
당신이 나무가 된 거였구나.”


그 나무는
그녀가 슬플 때
잎을 흔들었고,
그녀가 웃을 때
햇빛을 더 많이 품었다.


그녀는 어느 날,

그 나무 아래에 편지를 묻었다.


“당신은 사라졌지만,
당신의 기억은
이 나무의 방식으로
나를 안아줘요.
나는 잊지 않아요.
당신은 지금도
살아 있어요.”


그날 밤, 비가 내렸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 나무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가 대답하는 것처럼.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
빗소리가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 나무의 잎들이
그녀의 숨결에 맞춰 흔들렸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정말 거기 있다면,
지금처럼
흔들려줘.”


그 나무는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흔들렸다.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그가 남긴 건
말도,

모습도 아니었다.


그가 남긴 건
흙 속의 기억,
바람 속의 대답,
그리고
그녀 안에 남은
사랑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그 나무 아래에 앉았다.
비는 계속 내렸고,
기억은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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