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씨앗: 기억하는 점, 자라는 시간>
씨앗은 작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계절이 있다.
그는 자라날 순서를 기억한다.
잎이 먼저 나고, 줄기가 뻗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그 모든 과정을 씨앗은 이미 알고 있다.
그는 DNA라는 언어로 미래를 기록한다.
그 언어는 말하지 않지만,
자라면서 자신을 펼친다.
씨앗은 말한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미 모든 것을 품고 있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자손을 남긴다.
그 복제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전승이다.
씨앗은 자신을 잊지 않는다.
자신의 형태, 색, 향, 생존 방식까지
모두 기억하고, 모두 남긴다.
우리는 묻는다.
“어떻게 그 작은 점이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
씨앗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란다.
자신의 기억을 따라,
자신의 시간을 따라,
자신의 존재를 따라.
씨앗은 철학이다.
그는 시작이면서 끝이고,
기억이면서 가능성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씨앗으로 살아남기 위해,
씨앗으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