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에세이

대나무

by 윤사랑

기다림의 철학, 폭발의 시간



대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는 몇 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땅속에서 뿌리를 뻗고,

자신을 지탱할 기반을 만든다.

세상은 그를 잊는다.

“자라지 않는 식물”이라 부른다.



그러나 대나무는 기다린다.

자라기 위한 시간,

버티기 위한 구조,

폭발을 위한 침묵.



그리고 어느 날,

그는 하루에 수십 센티미터씩 자란다.

마치 시간을 터뜨리듯,

마치 자신을 증명하듯,

마치 기다림이 틀리지 않았음을 외치듯.



대나무는 말한다.

“나는 자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랄 때를 기다린 것이다.”



그의 성장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 그는 수년을 준비했다.

그는 속도를 믿지 않는다.

그는 방향을 믿는다.

그는 말한다.

“나는 느리게 움직이지만,

결코 멈춘 적은 없다.”



대나무는 철학이다.

그는 침묵 속에서 자라고,

기다림 속에서 강해지고,

폭발 속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

기다림은 낭비가 아니라 준비라는 것.

속도보다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



대나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란다.

자신의 시간에 따라,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철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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