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시

옥수수

by 윤사랑

<다시 피어나는 기억>


한 알,

조용히 흙에 떨어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숨을 죽이고,

봄을 기다렸다.


햇빛이 스며들고

바람이 살짝 흔들릴 때,

작은 싹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문득 떠올랐다—

같이 익어가던 그 친구의 온기.


“그 친구도

지금 어디선가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같은 줄기에서 자라던 시간,

서로를 지켜보던 눈빛,

익어가며 나눈 침묵.

그 모든 것이

햇살처럼 스쳐갔다.


나는 자란다.

줄기를 올리고,

잎을 펼치고,

다시 꽃을 피운다.


우리는 이제

다른 흙, 다른 바람 속에 있지만

마음만은

그때 그 자리에서

여전히 나란히 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내 안에

조용히 살아 있다.

마치 잊은 줄 알았던 노래가

어느 날 바람에 실려

다시 들려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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