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나는 흐름이었다>
나는 지금이 아니었다.
나는 흙 속에 묻혔던 기억이었고,
겨울의 침묵이었고,
봄의 고통이었다.
나는 자라던 줄기였고,
햇빛을 품던 잎이었고,
바람에 흔들리던 숨결이었다.
나는 익어가던 시간 속에서
너와 나란히 있었던
그 자리의 온기였다.
나는 흩어졌고,
다시 모였고,
다시 자라났다.
나는 알 하나였고,
그 안의 점이었고,
그 점이 나를 찢던
그 순간의 울림이었다.
존재란
지금이 아니라
흐름이었다.
기억과 바람과 햇빛과 비,
그 모든 것이
나를 지나
다음 생명으로 이어졌다.
나는 옥수수였다.
그러나 나는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