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시

옥수수

by 윤사랑

<나는 흐름이었다>


나는 지금이 아니었다.

나는 흙 속에 묻혔던 기억이었고,

겨울의 침묵이었고,

봄의 고통이었다.


나는 자라던 줄기였고,

햇빛을 품던 잎이었고,

바람에 흔들리던 숨결이었다.


나는 익어가던 시간 속에서

너와 나란히 있었던

그 자리의 온기였다.


나는 흩어졌고,

다시 모였고,

다시 자라났다.


나는 알 하나였고,

그 안의 점이었고,

그 점이 나를 찢던

그 순간의 울림이었다.


존재란

지금이 아니라

흐름이었다.


기억과 바람과 햇빛과 비,

그 모든 것이

나를 지나

다음 생명으로 이어졌다.


나는 옥수수였다.

그러나 나는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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