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시

옥수수

by 윤사랑

<너를 닮은 바람>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

나는 문득 너를 떠올려.

같이 익어가던 그 계절,

서로를 지켜보던 그 고요한 시간.


지금 우리는

다른 흙, 다른 바람 속에 있지만

그때의 온기만은

내 안에 아직 살아 있어.


너는 잘 자라고 있겠지.

햇빛을 품고,

줄기를 곧게 세우며

너만의 계절을 살아내고 있겠지.


나는 가끔 생각해.

“너도 나를 기억할까.”

같은 줄기에서 자라던 그 순간을,

익어가며 나눈 침묵을.


그리움은 말이 없고,

기억은 소리 없이 피어난다.

마치 오래된 노래가

바람에 실려 다시 들려오는 것처럼.


나는 너의 행복을 바란다.

너의 잎이 더 넓게 펼쳐지고,

너의 꽃이 더 찬란하게 피어나길.

그리고 언젠가

너의 열매 속 어딘가에

나와 함께한 기억이

조용히 숨 쉬고 있기를.


우리는 떨어졌지만

완전히 멀어진 건 아니야.

마음은 공간을 넘고,

기억은 시간을 건너

여전히 너와 나를

하나로 묶고 있어.


나는 여기서

너를 닮은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너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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