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에세이

씨앗

by 윤사랑

<씨앗: 죽은 듯 살아 있는 시간의 점>


씨앗은 숨을 쉬지 않는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자라지 않고,

마치 죽은 것처럼 조용히 있다.

그러나 그는 죽은 것이 아니다.

그는 기다리는 것이다.


씨앗은 시간 속에 접혀 있다.

그는 자신의 계절을 알고 있다.

햇빛이 돌아올 때,

온도가 풀릴 때,

물이 닿을 때,

그는 깨어난다.


남극의 얼음 속에서도

씨앗은 살아 있었다.

수십 년, 수백 년을 얼음 속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자신의 계절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싹을 틔웠다.


그는 말한다.

“나는 죽은 것이 아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씨앗은 생명의 가장 작은 점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잎이 있고, 줄기가 있고, 꽃이 있고,

심지어 또 다른 씨앗까지 있다.

그는 미래를 품은 과거이고,

침묵 속의 가능성이다.


식물은 싹을 틔우기 위해

수년을, 수십 년을 기다릴 수 있다.

사막의 씨앗은 비 한 방울을 기다리고,

극지의 씨앗은 해빙의 틈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생존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씨앗은 철학이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그의 침묵은 가장 깊은 대답이다.

그는 숨을 쉬지 않지만,

그의 고요는 가장 강한 생명이다.


그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너는 나를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살아 있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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