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억의 방향

by 윤사랑

〈기억의 방향〉


그는 과거를 지우는 기술자였다.
기억을 삭제하고,
상처를 덮고,
실패를 없애주는 일을 했다.


의뢰인은 늘 같은 말을 했다.
“과거는 필요 없어요.
저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그는 그 말을 믿었다.

과거는 미래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은 짐이고,
감정은 속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찾아왔다.
그녀는 삭제가 아닌,
복원을 요청했다.


“잊었던 기억을 되찾고 싶어요.
그 기억이 있어야
제가 앞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당황했다.
그녀는 과거를 미래의 연료로 삼으려 했다.

그는 그녀의 기억을 복원했다.

그녀는 울었고,
웃었고,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야 제가 누구였는지 알겠어요.
그래야 제가 누구로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어요.”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기억을 꺼내보았다.
지워진 줄 알았던
어릴 적의 실패,
사랑의 흔적,
부끄러운 고백.


그 기억은
그를 아프게 했지만,
그를 움직이게도 했다.


그는 깨달았다.

과거는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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