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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와가치 Aug 21. 2021

성교육 1

초등학교 1학년 딸에게 성교육하기

늦은 밤,

"엄마...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뭘 이리 뜸 들이며 물어보려는가 싶었다.


"뭔데? 뭐든 물어봐. 다 대답해 줄게."

"아기 말이야. 어떻게 생기는 거야?'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부지런하고 힘센 정자 하나만 난자로 가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가냐고~" 


헉! 이 녀석이 잠이 안 온다고 너무 심오한 걸 갑자기 물어온다.

그렇잖아도 최근 들어 Why 시리즈 책 중 '사춘기와 성'을 사달라고 조르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건 좀 천천히 알아도 될 것 같아서 책방이나 마트에 갈 때마다 다른 제목들로 한두 권씩 사다 주면

"또 안 사 왔어요, 또... 내가 '사춘기와 성'으로 사 오라니까~"

그러면서도 엄마의 성의를 봐서 너그럽게 넘어가며 이미 사온 책 열심히 읽어주는 착한 딸이었다. 

 

그런데 이제 구체적으로 말로 해달라는 거다. 

아이고, 다~ 대답해준다고 큰소리쳤는데 이걸 어찌 넘기남?  

"말해줘 봐. 어떻게 만나는 거야?"

"어떻게 만날까? 네가 생각해봐." (나도 잠시 머리 굴리는 중...) 


"내가 책에서 보니까 남자와 여자가 발가벗고 누워있더라고..."

헉!!!!! 당황!!!!! 깜깜해서 다행이었지만 잠시 식은땀이 났다.  


"남자 여자가 발가벗고 껴안고 있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아기가 생긴다는 건지 모르겠어."

"어디서 봤어?"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이 (자료를) 보여주셨었고, 지영이네도 성교육 책 있었어."

"그렇구나." 


하긴, 요즘 시대는 책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열어봐도 어지간한 정보들은 많으니

우리 딸이 그런 장면을 접했다는데 놀랄 일은 아니지. 


"왜 남자 여자가 발가벗고 있는 거고, 어떻게 정자가 난자한테 가는 거야?" 

"(잠옷 입은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이렇게 만지는 것 하고, 

 (손을 잠옷 속에 넣어 등 살갗을 비벼주며) 이렇게 만지는 것 하고 어떤 게 기분이 더 좋아?"

"두 번째가 좋지~" 

"그래, 사랑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사랑하다 보면 서로 만지고 싶고 더 사랑하게 되거든? 

  그때 옷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그래서 그러는 거야. 그런데 중. 요. 한. 게 있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행동은 결혼한 두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하나님께서 그렇게 허락하셨어. 그래서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고 싶어지는 거야." 

"아~ 그렇구나... 나는 아직 좋아하는 사람 없어."


"어릴 때는 좋아해도 다 친구야. 결혼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네가 어른이 되어야 만날 수 있어." 

"나도 그건 알아. 그런데 엄마, 나는 엄마 아빠가 옷 벗고 있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헉!!! 달아오르는 얼굴과, '이 넘아 그럼......' 이런 말을 침과 함께 꿀꺽 삼키며 침착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소중히 생각해. 소중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  

"그렇구나... 그럼 정자가 난자 만나는 거 이야기해봐." 


휴~ 한 고비 더 남았다.

"정자가 난자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네가 상상해 봐."

"서로 껴안고 있을 때 배가 열리나?" (아마도 배꼽을 상상한 듯) 

"그럴 수도 있겠다. ㅎㅎㅎ... 또 다른 거 생각해봐."

"음... 마술에 보면 순간이동이라는 거 있잖아. 사랑할 때 순간 이동하는 거 아닐까?' 

"오~ 그럴 수도 있겠다. 상상력이 대단한데? 또~?"

"음... 더 생각이 안 나... 내가 말한 게 맞는 거야?" 


"엄마가 늘 강조하는 거 있지. 여자들의 가장 소중한 곳..."

"음, 알아..." 

"그 소중한 곳은 누구에게 보여줘서도, 만지게 해서도 안된다고 했지?"

"음~" 

"그럼 남자들의 가장 소중한 곳은 어디일까? 잘 생각해봐...... 여자와 마찬가지야. 알겠어?"

"음, 알겠어." 

적나라한 단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만큼 어느새 이만큼 자랐구나.


"서로 바라보고 사랑할 때, 엄마의 가장 소중한 곳과 아빠의 가장 소중한 곳이 닿. 겠. 지.?"

"응, 닿겠다......  아! 그렇구나. 이제 알았다! 그러니까 소중한 곳이 닿을 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거구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방법은 요기까지만 했다. 더 길게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늘 말하잖아. 소중한 곳을 잘 지켜야 한다고...

"나도 알아."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면 만지고 싶어 진대. 근데 결혼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지?

  또 남자는 자기의 정자가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가도 몸엔 이상이 안 생겨. 그런데 여자의 몸속에서 만난

  난자와 정자가 아기가 될 때는 여자의 몸이 막 변해. 배는 점점 커지고 그래서 아기도 낳아야 되고... 

  결혼한 다음에 그러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결혼 전에는 안 돼. 그러니깐 여자인 우리들이 스스로 알아서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이해했어?" 

"응. 이해했어."

"다 컸네, 우리 딸! 이런 것도 이해하고..." 


"그런데 엄마... 나는 아기 낳는 거 무서워. 지난번 비디오로 봤을 때 무서웠어. 그래서 나는

  아기 낳지 않고 엄마처럼 두 명 입양하고 싶어."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하면 아무리 아파도 아기를 낳게 되어 있어. 엄마는 우리 딸이 

 결혼해서 낳은 아기는 얼마나 예쁠까 보고 싶은데? 그럼 둘은 낳고 둘은 입양하면 되겠네.ㅎ" 

"생각해 보고!"

"그래, 앞으로 시간 많이 있어. 지금부터 고민 안 해도 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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