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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 번째 한달, 특별했던 2025년

2025년 1월 프랑스 뮤제로의 산책 북토크

by 플랑드르의 한별


프랑스에 간 지 15년, 가능하면 일 년에 한 번은 한국에 들어오려 한다. 한국에 들어오면 익히 아는 얼굴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 오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 일 년간 있었던 크고 작은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24년 12월 3일의 계엄을 거친 이번 겨울은 달랐다.

먼 타지에서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얻은 불안감과 고립감은 한국으로 돌아와 광장에서 깃발과 응원봉을 든 타인의 인파 속으로 달려갔을 때 줄어들었다. 그리고 작년 시월에 출판된 '프랑스 뮤제로의 산책 : 오 드 프랑스 편'을 주제로 하는 북토크가 연초부터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자그마한 만큼 따뜻했던 대전 문창동의 독립서점 '그래도, 상점'에서 생애 처음 북토크를 하게 됐다. 오신 분들의 미소와 호기심을 담은 눈에 긴장을 풀고 준비한 내용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다양한 관심분야를 가진 분들과 각자의 도시의 공공 문화 시설의 부족, 그리고 '동네 뮤제'를 향한 염원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새롭게 생긴 레퍼런스 서점 더 비블리오그라피에선 마을 활동을 오랫동안 하신 분들을 많이 만났다. 공유공간이 가져야 할 정체성이나 접근성에 대한 그분들의 의견을 들을 소중한 기회였다. 어렸을 적 어린이도서관에 드나들며 자란 나로서는 아주 기쁜 일이었다.

과천의 여성비전센터에서는 상상한 것 보다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고, 많은 공감과 집중력으로 반응해주셨다. 마지막에 소개한, 2004년부터 휴관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생토메르의 앙리 뒤피 박물관의 예시가 몇 분들께 큰 울림을 남긴 듯했다.

대전 유성 구즉도서관은 시청각실을 꽉 채운 많은 분들과 계단식 강의실로 유독 긴장이 되었지만 북토크가 끝난 후 릴과 그 주변에 대한 관심을 표하시는 분들과의 기분좋은 대화가 있었다. 대전의 도서관에서 북토크라는 여행을 끝내는 것은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서관의 힘으로 커온 나에게 뜻깊은 일이었다.


북토크에 오신 분들은 파리가 아닌 색다른 프랑스, 자기 주관이 강한 독특한 지역의 뮤제, 지역사회에 역동성을 가져와 줄 시민의 공간과의 조우를 꿈꾸고 계셨다. 15년을 프랑스 북부에서 살아온 나에게 너무 익숙해진 것들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많은 분들과 서로의 경험, 따스한 시선을 주고받고 나니, '뮤제로의 산책'이 새롭게 보인다. 책은 그저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장이구나. 나는 이번에 만난 얼굴들을 기억하며 나아갈 것이다. 소중한 경험을 주신 모든 분들께, 특히 긴 강의에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던 어린이 참가자 분들께 큰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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