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소리 – 자연의 공명이 울려 퍼지는 어느 섬으로

문차식 도예가 작품세계

by 김윤경

독도의 소리 – 자연의 공명이 울려 퍼지는 어느 섬으로부터

누구든 마음속에 닿을 수 없지만 돌아가고픈, 소설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진처럼 숨겨두고픈 이상적인 공간 하나를 품고 살아간다. 현실에 없기에 더욱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공간, 문차식 작가에게 ‘독도’는 그러한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였을 것이다. 깊은 바다를 형상화한 듯한 푸른 투명 레진 위에 크고 작은 섬들과 여러 마리의 새가 떠 있는 모습, 깎아지른 바닷가의 절벽을 표현하기 위해 거친 나무껍질 같은 질감을 하나하나 표현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그에게 독도는 각박한 현실에서 탈피하게 해 주는 공간, 마치 마음 한편에 마지막 남은 한 개의 잎사귀처럼 소중한 곳,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심정이 들게 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독도의 자연을 자신만의 특유의 도예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문차식 도예가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토산도예원과 토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 도예를 취미로 시작했고 십 수년간 전업작가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개인전에서 ‘독도의 꿈’을 주제로 ‘동도로 가는 서쪽 섬의 꿈’, ‘호랑이를 품은 독도’, ‘통일을 갈망하는 독도 솟대’ 등 백여 점에 달하는 크고 작은 도예 작품들을 선보였다. 독도를 사랑하고 수호하려는 그의 간절한 마음과 강한 의지를 담은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였다.

독도는 두 개의 큰 바위섬인 동도와 서도,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작은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면적은 작지만 동해 한가운데에 위치해 전략적,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독도는 멸종 위기의 여러 동식물들의 서식지로 독특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이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했고, 이는 독도가 우리나라의 주권을 상징하는 섬으로 더욱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또한 많은 시인, 음악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되어 ‘지켜야 할 땅’이라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술 작품의 탄생의 원천이 되었다. 문차식 도예가에게도 이러한 요소들이 중요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웃 나라가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아도 명백히 대한민국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집요하게 되풀이해 왔다. 처음엔 ‘그저 희망 사항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마 많은 국민들도 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점점 더 조직적이고 교묘해지고 있다.

진실과는 무관한 왜곡된 주장들을 세계 무대에 지속적으로 퍼뜨리며 그들은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한 사람의 작가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왜곡된 사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의 결실로 이번 전시에 <독도의 소리>를 선보이게 되었다.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의 초청을 계기로 오랜 시간 마음속에만 품어온 이야기를 흙으로 빚어낼 수 있었다. 독도를 위한 ‘소리’를 흙과 불, 그리고 유약으로 표현하는 일은 작가로서도, 국민으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작업이 국민 모두에게 닿아, 함께 공감하고 울림을 이룬다면 그것이야말로 흙 작업을 하는 이로서 더없는 기쁨일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는 모든 시간이 감사와 감격의 연속이었다. 이 감정이 개인적인 기쁨을 넘어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는 ‘행복’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가 표현하는 독도는 전체적으로 바다와 섬, 그리고 그 위에 떠다니는 듯한 새들이 평화로운 조화를 이루는, 어머니와 같은 대자연의 미니어처이다. 바다 부분은 푸른 색조의 레진을 사용하여 파도와 물결의 질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중앙에는 바위섬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고 그 표면에 마치 진짜 바위와 같은 패턴이 살아 있는 토양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하다. 주변에는 여러 마리의 새가 물 위에 마치 떠 있듯 배치되어 마치 무리를 지어 바위섬을 둘러싸고 있어 독도의 생태적 조화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바위의 배치가 절묘해서 균형감과 리듬감을 부여하는 그의 독도 작품은 바위의 거칠고 웅장한 결을 세밀하게 살려 자연의 강인함을 전달한다. 또한 동해의 맑고 깊은 심연을 표현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응축시켜 놓은 투명한 푸른 층들을 만들어낸다. 청동, 철, 알루미늄, 목재, 플라스틱, 유리, 왁스 등 자신이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들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지형이나 풍토가 갖는 자연의 역사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영국의 대지미술 조각가 토니 크랙(Tony Cragg)의 조각처럼 그가 흙 작업을 통해 구현해 내는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 등의 세밀한 자연 풍경은 도예의 도전에 관한 실험이 아닐 수 없다. 재료나 장르가 다르지만 섬, 산, 솟대 등 자연적이고 향토적인 메시지를 담는 형상을 구현하는 그의 작품 역시 토니 크랙의 작품처럼 조형성과 특유의 물성이 강조된 작업이다. 조합토와 불을 주된 매체로 하며 유약 처리, 환원 소성 등을 통해 형태와 색을 그만의 방식으로 조율, 변주하는 등 그의 작품은 전통적 도예 기법과 현대적 조형 기법을 병행하여 만들어낸 보기 드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예의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에 관한 실험을 통해 장르의 고정관념을 타파한 그레이슨 페리(Grayson Perry)나 켄 프라이스(Ken Price) 등의 여러 작가들처럼 문차식 도예가는 도예의 한계를 실험하는 그만의 도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독도 구현의 실험은 단순히 그 조형적 아름다움의 완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도 수호’라는 그의 간절한 염원을 그만의 형과 색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이다. 푸른 동해 위에 우뚝 솟은 섬은 파도와 새들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음속 유토피아로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 그러한 자연의 장엄함을 품은 문차식 도예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일본과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땅,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소중한 영토 수호의 강한 메시지로 잔잔한 공명을 울리고 있다.

화가, 번역가 김윤경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리는 사람(글쓴이 개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