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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10. 2024

쉰두 번째 : 지금 벌어진 일만 생각하기

부모님의 지혜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조심'이라는 가치를 공유합니다.


살면서 워낙 일이 많아서 아예 일을 만들지 말자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이 되었어요.


예를 들면, '모함(謀陷)'은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고, '거짓말', '헛소문', '폭행피해', '보증강요', '협박', '집단 괴롭힘' 등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은 적당히는 다 겪었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대부분이 '그냥'이었던 경우가 제일 많았어요. 그 '그냥'이라는 게 정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느끼는 게, 가해자가 하는 행동들이 피해자인 우리 가족들 입장에서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거든요.


그런데 가족 구성원 각각이 다 다른 사람인 것처럼, 대응하는 방식에 차이를 보입니다.


아버지와 저는 최대한 예방을 하기 위해서 '선제적인 방어'를 주로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상대방이 트집 잡을 만한 부분을 아예 사전적으로 일을 해버리거나, 아예 그 근처에 가지도 않는 그런 행동으로서 선제적으로 방어를 하는 건데요. 당사자는 많이 피곤한 방식입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일단 일이 닥치기 전까지는 그냥 가만히 있다가, 일이 생기면 대처를 하는 '단계적인 방어'를 주로 하시는 편입니다. 일단 상대방의 가해의 정도에 따라서 대응을 해나가는 방법인데, 가해의 정도가 컸을 경우에는 사람이 아예 무너질 수도 있는 방법이에요. 그런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이 방법이 적절해 보입니다.


요즘 저는 어머니한테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계속 제기를 해왔던 문제에 대해서 답을 얻은 게 불과 2개월 전인데, 그 문제가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고, 속된 말로 가해자가 선택적 기억을 해버리기 딱 좋을 만큼 잊혀 버린 건데요. 이 문제로 끙끙 앓다가 조금씩 빠져나오기는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다시 튀어나와서 혼잣말도 다시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일이 생겨서 가족끼리 의견교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을 했는데, 일단 어머니가 '단계적인 해결'을 하겠다고 하셨어요. 이 문제는 직접 우리 가족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해결을 하는 것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계적인 방어와 해결'에 대해서 그냥 골똘히 생각을 해보다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에는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는 다른 문제겠지만요. 의료보험이나 병원에서는 '단계적인' 치료를 지향하지만, 때로는 그 단계가 너무 빠르게 넘어가서 '선제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가 생각보다 많은데,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체계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 같습니다.


하여튼 저도 어찌 보면 '선제적인 해결'을 위해서 노력을 해온 세월이 20년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해결에 실패를 했어요. 주변에 지인분 중에서는 그래도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시지만, 결국 그 사람과 승부(勝負)를 보지 못했어요.


잘못을 했으면 벌은 받아야지.


이 보편타당한 명제를 성립시키지 못한 건데요. 그런데 이 명제를 성립시키려다가 제가 죽을 판이라 그냥 '단계적인 해결'을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제가 움직일 만큼의 행동은 아니지만 충분히 모욕적인 행동은 하고 있지만, 지금 스텝을 밟으면 저는 끝까지 갈 생각이라 조금은 더 기다려볼 생각이에요.


기다리는 동안 저는 아프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보편타당한 명제를 저 같은 일반인이 성립시키겠다고 까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하는 이유가 버젓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TV에도 나오고, 격리되지 않은 채로 활동도 하는데 과연 제가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 제재(制裁)를 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사적(私的)인 복수(復讐)를 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적인 복수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한테 그런 행동을 할 정도로 그리고 지금까지 영향을 줄만한 행동을 할 정도의 인간이라면 다른 인간적 결함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알아서 넘어져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자꾸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 이상한 생각만 들어서 여기에 글이라도 적게 되었습니다.


요즘 자꾸 이모들이나 외사촌누나들로부터 '잊음'을 강요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피해자는 절대로 못 잊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아니 벌어지지 않아도 생각만 스쳐도 죽을 것 같거든요.


지금 글을 적는 시간에도 내가 나도 모르게 이상한 선택을 할까 봐 긴장하면서 글을 적습니다.


우선 '단계적인 방어와 해결'을 선택해서 잘 이겨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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