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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22. 2024

일흔 번째 : 일부러 한 게 아니라면 믿음을 줘라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

오늘 제 손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저하고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약을 당장 바꿔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급성기에 쓸 수 있는 약이 4가지 정도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약이 저에게 듣지를 않았어요. 이 약에 감수성이 없는 경우가 확률로는 50% 정도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시는 눈치여서 그냥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최악의 상황에 절단을 할 텐데, 일단 병원에서 빠른 시간 내에 000 선생님께서 발견을 하셔서 과를 옮겨주셨고, 지금 이 시점에 제 손의 상태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선생님이시잖아요.
토 안 달고 하라는 대로 할게요.
그리고 지금 당장 자를 것도 아니고 큰 수술을 받을 단계는 아니니까 그냥 부탁드립니다.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께 고개를 숙이시더군요. 저는 아버지 후배보다 이 의사 선생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왜 그랬냐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실수하신 것도 아니지만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기는 힘들거든요.
특히, 의사들이나 교사들이 그게 심해요.


그런데 지금 제 손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은 그렇게 하셨고, 놀랐습니다. 외국을 포함해서 수많은 의사를 만났지만 이런 경우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저한테 거기서 그런 말을 할 용기가 나냐고 하시더군요.


제가 용기가 아니고 지금 의사한테 채근하거나 욕을 했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의사가 실수한 것도 아닌데 뭐라고 말할 상황도 아니고, 의사도 긴장하면 실수할 텐데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저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막상 자기가 아프셔서 의사와 이런 상황이라면 어머니나 아버지나 다 저처럼 했을 겁니다.


사실 말로 필터링 되지 않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솔직히 아파서 힘든데,
어제 미친 여자보다는 교수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 건지는 모르겠다.
보통 의사들이나 학교 선생들 보면 끝까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지랄들을 하던데, 저 사람은 좀 달랐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는 그런?


손가락은 아프지만, 느끼는 바는 많았고, 생각도 해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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