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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21. 2024

예순아홉 번째 : 폭탄 2개를 맞고 나도 폭탄을 던졌다

망한 시험 성적과 막말 전공의 그리고 초대형 커피

출처 : Calm이 직접 찍음 / 협찬 : 친한 누나


시원한 커피를 마신다고 화가 삭혀지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효과를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지난주, 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험 전에 완전 바보짓을 해서 시원하게 말아먹은 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19


문제점 파악을 했지만, 점수가 생각보다 더 엉망진창이더군요.


90%의 확률로 성적을 장담하던 과목은 바닥을 쳤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연습한 과목도 점수가 바닥을 쳤더군요. 그리고 어버버했던 과목에 운이 따르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필요한 건 2가지 같았어요.

냉정한 인식과 충분한 자기 다독임


아마 10년 전의 저라면......

머리 박고 어디 앉아있다가,
생수 2L짜리 하나를 공원 벤치에 앉아서 다 마시고,
물배가 차오르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1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오며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을 것 같아요.


이게 제가 제 나름대로 저 자신한테 부릴 수 있는 합법적인 몽니거든요.

* 몽니 :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하여튼 그냥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힘이 생긴 건 아니고, 저 자신을 다독여준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한가하게 이럴 시간이 없다는 급한 마음이고, 글을 적고 심술을 부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손가락에 문제가 생겨서 약도 먹고 시술도 받고, 간단한 작은 수술도 받고, 주사도 맞고 있습니다.


부위는 작은데 뭐 이렇게 조잡한지......


그냥 여기에서부터는 조금 제 언어가 상스러워짐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여자 전공의 하나가 전화로 잡담을 하면서 주사를 넣다가 자꾸 엄한 데를 찔러서 8번 주사를 찔러서 겨우 주사를 올바른데 찌르더군요. 주사행위에 대해 집중을 안하더군요.


제가 표정이 안 좋으니 전공의가 저한테 이러더군요.

뭐? 씨발. 어린 노무 새끼가.
("어린 놈의 새끼가"
이런 것 같기도 한데 들리는대로 적었습니다)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 안 그래도 같은 곳에 처치를 받다 보니 아프기도 하고, 국소마취를 해도 다 되지는 않더군요. 전공의가 전화로 잡담하며 자꾸 바늘을 8번이나 찔렀다 뺐다 하니 아프기도 했지만 짜증이 났어요.


그렇지만 요즘 의사들 하는 거 보면 환자는 '슈퍼 을'이니까 그냥 말을 안 하려고 했어요. 제가 표정관리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먼저 쌍욕을 하니까 저도 그대로 말했습니다.

나는 00살인데 넌 몇 살이냐?
그리고 이 새끼 이거 명찰 패용 안 했네?
내가 당신 인생에 꽃길은 못 깔아줘도 흙탕물은 뿌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죽어볼래?
딱 기다려.
너네 교수한테 이거 그대로 말해줄게.


갑자기 존댓말을 하며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건 다 필요 없었어요. 이미 일은 벌어졌고, 어차피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거든요.


마침 담당 교수가 오고 있었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유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빠른 해결과 현장 적발 그리고 빠른 신고가 제일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이유는 다섯 번째 글을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이러한 이유로 저는 그 전공의를 담당하는 교수한테 말했고, 병원의 고객 만족 관련 부서에 가서도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교수가 전공의한테 이야기하더군요.

000 선생, 의사 하기 싫어요?
다른 직업 찾고 싶으면 빨리 그만둬.
안 그래도 전공의들 때문에 돌 거 같은데?


전공의가 갑자기 울더군요. 저한테 막 붙잡으면서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말했어요.

사람한테 왜 조심하라고 하냐면,
사람은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갑자기 손을 훅 빼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더 했어요.

여기서 이상한 소리 한마디만 더하면 나도 이성을 잃을 것 같으니까 알아서 판단하세요.
그리고 내가 카데바(cadaver)도 아니고...... 그만합시다.
그리고 내가 당신보다 나이 많아요.

* 카데바(cadaver) : 해부학 실습에 사용하는 시체(출처 : 네이버 영어사전)


병원 진료실 복도에서 벌어진 일이라 병원 직원들이나 교수들도 많이 봤어요.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내 주치의인 아버지 후배도 봤어요. 아버지 후배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는 니가 누구 아들인지 오늘 한번 더 확인했어.


아버지 후배인 의사 선생님 한테는 그냥 나는 내 인생 사는 건데 왜 아버지를 끌어들이냐고 그냥 또 막말 비슷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던지 그 일에 집중해야 하고,
절대로 의식을 혼탁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저런 따위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다짐을 해봅니다.


추신 : 누나 커피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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