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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27. 2024

일흔아홉 번째 : 병의 진행이 드디어 멈췄다

의사 선생님도 나도 가족들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하도 힘든 일이 많아서 손가락이 아프고 이런 부분 조차도 해결이 안 될 줄 알았습니다.


어릴 때 다리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의사 선생님께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빠는 자기 아들 다리 살려줄 사람을 원한다고 하셨지만,
그냥 수술방에서 해보시고 안되시면 그냥 잘라주세요.
선생님 원망 안 할게요.


무슨 용기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 저 자신도 이해가 잘 안 가기는 합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취지로 다른 의사 선생님이지만 이야기를 드렸어요. 의사 선생님이 책임감을 더 느끼시고 아버지 후배한테 물어봤다고 하시더군요.


Calm(가명) 환자는 뭐 하는 집 아들이냐고......


아버지 후배이신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셨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그렇게 특별한 직업을 가지시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런 걸 뭐 하러 물어보셨나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중간에 약을 바꾸고 하는 과정에 제 Liver 그러니까 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남들과 조금 달라서, 좀 특수한 상황이 생겨 어려움이 있었어요.


약은 최대용량으로 들어가고 있고 중간에 간단한 수술적 처치도 있었고, 차도가 보이 지를 않으니 의사 선생님이 저 혼자 병원에 간 날에 마음의 준비를 조금 하라고 하셔서, '자르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열이 떨어지더군요.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팔꿈치까지 보였던 여러 가지 신호들도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세균배양검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나올만한 일반적인 균도 아니고 해서 의사 선생님께서 자기 의사생활하면서 이런 건 처음 본다고 하시더군요.


일단 necrosis(괴사)는 멈췄습니다.

* 괴사 : 세포 손상의 한 형태로서 살아있는 조직의 세포가 뜻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괴사는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독극물, 외상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동물학백과)


그런데 necrosis의 정의와도 완전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서 자료를 보관하고 싶으시다고 영상장비로 다시 촬영하시고 개인 카메라로 또 촬영도 하시더군요.


약은 조금 더 먹기로 했습니다. 약을 먹고 2kg 체중이 불었더군요. 약의 tab 수도 많고 한 번에 삼키기 힘들 만큼 약이 들어가다 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일단 다이어트를 멈추고 하루 세끼를 무조건 먹고 먹으라고 하셔서 체중이 불어버린 것 같아요.


거기에 자기 전에 먹는 약도 양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병원에 가면 부분마취해서 여기저기 칼집도 내고 봉합도 하고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지금부터 2주 정도 조심하라고 하시는데, 저한테 신경외과 선생님이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Calm(가명)씨는 참 병이 진행도 빠르지만,
치료도 갑자기 되는 게,
제가 뭘 공부하고 의사를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네요?
조심하시고 일단 내일 또 봅시다.


사실 누가 손가락과 팔 혹은 다른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고 싶을까요?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이거 하나 잘 넘겼다는데 대해서
아직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나 보다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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