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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28. 2024

여든 번째 : 미국에서 온 통보

평상시에 알림을 꺼놓고 사는데, 알림 때문에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5월 16일부터 정확히 11일이 걸렸습니다. 미국 정부를 대행하는 기관과 말도 안 되는 분쟁이 있었습니다.


사실 5월 15일부터 생각보다 몸이 크게 아픈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21


어떻게든 정상 컨디션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지더군요. 다행히 어머니는 완전히 좋아지셨는데, 저는 계속 점점 몸상태가 안 좋아져서 의사 선생님과 저는 이런 심정이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잃어버린 바늘 하나 찾기


제가 어떤 병 때문에 이렇게 몸이 안 좋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근 10년 정도 원인을 찾지 못했어요.


병이 생기고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CT에 나오는데, 중요한 건 그게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위치를 찾지 못해 정확히 그 자리에 수술을 하거나 아니면 별다른 처치를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팔에 힘이 빠지면 그때서야 '아, 위험하다'라고 자각을 하고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고, 조금 심해지면 응급처치를 받는 정도(?)가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새로 생긴 건지는 모르겠는데 CT에 문제가 될만한 부위가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저한테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수술 날짜를 확정하고 미국의 기관에 연락을 했어요. 그리고 보내줘야 하는 서류들이 뭔지 먼저 문의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서류를 전부 다 발급받고 보냈어요. 상대방도 서류를 잘 받았고 처리해 주겠다고 답장이 왔고, 그래서 신경을 안 쓰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받고 나서 뭔가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하더군요.


갑자기 서류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서류를 발급해 준 곳에 대해서 시비를 걸더군요.


그래서 제가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너네가 원하는 게 뭐냐?
서류를 3개 보내달라고 해서 다 보내줬고,
당신네가 다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왜 이렇게 하느냐?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맞는 말로 온다면 저는 충분히 시정을 할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복사 붙이기로 똑같은 메일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오더군요. 그래서 답장을 이렇게 줬습니다.

나는 당신네 Agent라고 하는 P(이니셜)라는 사람과 계속 이야기를 해왔고, 주고받은 메일만 16 통이다. 그런데 갑자기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람인 A(이니셜)와 B(이니셜) 그리고 M(이니셜)의 이름으로 글자와 띄어쓰기까지 그대로인 메일이 나한테 발송이 되는데, 당신네가 서류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재발급을 해서 보내주겠다. 그런데 당신네가 미국정부에서 외주를 줘서 대행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나는 아는데, 당신네 같은 큰 기관이 나 같은 개인한테 이런 식으로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류를 발급해 주는 곳에서도 20년 동안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나한테 유감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지금 왜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지 나에게 설명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갑자기 답장이 정성스럽게 오더군요.

적절한 부서에 배치가 되어서 일처리가 되고 있고, 지금 처리 중이라고요.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갑자기 손가락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35


저한테는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제가 고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미국'에 있는 이 기관이 나에게 하는 이 문제가 더 짜증이 났거든요.


화도 나고, 열도 받고 거기에 손때문에 전신에 다른 증상들도 같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손을 치료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은 매일매일이 힘드신 눈치 셔서 제가 무슨 말을 못 하겠더군요.


그랬는데 갑자기 이메일 한 통이 날아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시간으로 밤 10시가 넘어서 알림이 울립니다.


평상시에 알림이나 벨소리를 다 꺼놓고 사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이메일 알림 중에서도 이 기관에서 날아오는 이메일만 소리와 진동 알림이 오도록 설정을 해놨거든요.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습니다. 요즘 약을 좀 강하게 복용하고 있어서 잠이 거의 들기 직전이었거든요.

(상투적인 CS 문구) + 처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Calm(가명)님의 문제를 처리를 해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잘도 기쁘겠다.
이딴 식으로 사람 골탕 먹이니까 기분이 아주 좋겠네.


굉장히 압축적으로 설명했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 고3 담임이 했던 행동하고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맨 처음에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건 지금은 제가 성인이라 따지기라도 할 수 있었고, 재검토해보라고 이야기라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릴 때는 아파서 다 죽어가는데, 저한테 자기가 병명을 안다느니, 진단서를 볼 줄 안다느니 이런 소리를 해대는 담임선생을 생각하면 지금 아마 데모하는 전공의들이 들으면 의사를 죽이려 들 겁니다.

교사들의 티타늄 밥통이 의사들의 철밥통을 깨려고 하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선생이 선을 넘은 거지요.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아는 척하는 것이니까요?
아마 요즘이면 이 선생은 공갈이나 협박 이런 걸로 고소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여튼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서 일단 이 정도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원칙대로 그리고 정해진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을 왜 갑자기 없는 문제를 만들어가며 사람을 골탕 먹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대학교에 다니면서 미국인 교수님이 저한테 잘해주셨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반감은 없었는데, 이번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느 나라나 다 미친 사람은 있고,
그 교수님이 좋은 사람이었던 거지 미국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구나.


과거에는 대한민국 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 곳에는 다 이런 문제들이 도사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나중에 나는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이러지 말아야지.
원칙대로 일처리를 안 하면 엄한 사람이 다치고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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