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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15. 2024

쉰아홉 번째 : 미용실에 가면서 머릿속을 비우다

'이만큼이라도 되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어제와 오늘은 몸이 너무 아파서 많은 일을 하지 못했어요. 억지로 책을 보고 하지만 그냥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저를 포함해서 어머니까지 조금 몸이 안 좋으셔서 누워계시고 집에만 있었어요. 어머니는 오전까지 저는 거의 종일 약을 먹고 누워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몸이 아프다 한들 한 가지 일이라도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자르러 좀 먼저 가기로 했어요.


남들은 시험 전에 머리 자르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저는 항상 머리를 잘랐어요.


아마 어머니 직업의 영향이 컸어요. 군인과도 같은 자세로 일을 하셨던 어머니는 저에게도 그런 자세로 살아가기를 원하셨어요.


성인이 되어서 제가 아버지 같이 흑화가 된 거죠. 그런데 머리는 안 자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항상 들어서 무조건 3주에 1번은 가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이사 온 지 8년이 다 되어가는 동네에서 겨우 우리 외사촌누나만큼 머리를 잘 자르는 미용사님을 만났어요.


이게 왜 중요한 지점이었냐면...... 흔히 말하는 반곱슬에 머리숱도 너무 많은데, 모발까지 두꺼워서  가위가 잘못 들어가면 자국이 다 나는 머리라서 미용사분의 기술이 매우 중요해요.


오늘 미용실에 가니 미용사분이 "빨리 오셨네요"라고 하셔서 일이 있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 다니다 보니 편해진 부분도 있고, 미용사분도 저한테 배려해 주시는 부분이 많아서 다음 주에 시험 보기 전에 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미용실에서 계산을 다 하고 나가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시험 잘 보세요.


별 말이 아닌데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어요.


속으로만 대답했어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결과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게 제 마음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머리를 자르고 나니 정신을 조금은 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몸을 그냥 막 쓰다가 중간에 수술도 여러 번 받고, 위기를 넘기면서, 너무 정신력에 의존해 왔던 것 같아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까지 해결할 수 있는 단계적인 해결을 생각하고, 조금만 마음을 더 차분하게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가 아니라, 오늘은 이 만큼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너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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