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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20. 2024

예순일곱 번째 : 너 지금 안 괜찮아

진짜 괜찮은 거 맞니?

오늘은 정기적으로 원래 아픈 곳이 있어서 검진을 받는 날입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은 참 근무하시는 분들이 부지런하신 건지 아니면 그냥 빨리빨리가 생활화되신 건지 8시부터 예약된 검사를 다 해주시더군요.


저는 오늘 사진을 찍고 나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병은 계속 있고 상태는 유지가 되고 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거기에 의사 선생님의 핀잔은 덤이지요?

몸 좀 돌봐, 이 놈아.
저번에 얼마나 식겁했는지 아니?


그냥 눈치를 보다가 제 뒤에 환자가 없어서 의사 선생님한테 손가락이 아픈데 봐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내 분야가 아닌데 한번 볼까?" 하시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얼굴이 안 좋아지시면서 언제부터 그랬냐고 계속 물으시고 간호사 선생님께 막 말을 더듬으시면서 이러시더군요.

ㅁ선생님, 오늘 x에 xxx 쌤 하고, o과 ooo선생님 오늘 다 진료 없죠?


간호사 선생님이 코팅지를 보시더니 오늘 다 휴진이라고 하시더니 의사 선생님이 막 버벅거리시더군요.

일단 xxx 하고 ooo는 내가 연락할 테니까 --검사 응급으로 좀 내줘요.


졸지에 저는 평생 받아본 적도 없는 이상한 검사를 받고 다시 진료실에 왔는데 다른 의사 선생님 두 분이 계시더군요. 한 선생님이 오늘 쉬는 날인데 병원에 있었으니까 다행이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제 주치의 선생님 말고 다른 의사 선생님 한분이 저에게 물어보시더군요.

이거 아파서 밤에 잠이나 제대로 잤어요?
이 정도면 악소리 나서 응급실로 올 만도 한데?


장난이 아니고 저는 진짜 그 정도는 아니고 근육통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냥 부위가 손가락이라 그리고 잘 사용하지 않는 부위라 신경도 안 썼는데 색이 변하더군요. 막 검은색까지는 아니고 그냥 불그스름 해지는 게 이상했고, 띵띵 붓는 것 같아서 병원에 온 김에 여쭈어봤어요.


주치의 선생님이 간호사 선생님께 다른 과 예약을 잡아주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저한테 의사 선생님이 이러시더군요.

너 지금 안 괜찮아.
안 괜찮아야 되는 건데?
진짜 괜찮은 거 맞니?
일단은 손가락이 급하니까 급한 불부터 끄자.
그래도 빨리 알아서 입원 안 해도 되는 건 다행이네.


손가락이 아픈데 잘 쉬고 이래야 한다는 게, 너무 웃기고 슬프다는 게 웃프다고 요새는 말하는 걸까?


치료는 꽤 오래 걸릴 거라고 들었다. 평범한 질환은 아니라고 하셨다. 손가락인데 전신상태와 연관이 있으니 몸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를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관리가 될까 싶었다.


그냥 버틸 수밖에 없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나왔다.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경험을 다 해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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