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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ug 10. 2024

마흔다섯 번째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마이크 교체

AKG ARA, 너무 목소리가 또렷하게 녹음되어서 놀랐다

출처 : 네이버 쇼핑


제가 공부하고 있는 시험에는 말하기를 하고 그것을 녹음해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험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마이크를 아무거나 구매를 해서 한 5년 정도 사용했을까요?


저를 정말 꼬맹이 때부터 알던 친구들은 제가 어릴 때 방송반도 오래 했고, 촬영과 음향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아무 기기나 사서 시험 준비를 하고 그런 걸 조금 의아해하는 친구는 있었습니다.


항상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꼭 못하는 사람들이 장비 탓을 하더라.


그래서 항상 부모님은 저에게 최고의 명품이나 제품을 사주고 싶어 하셨지만 자청해서 저는 항상 조금 낮은 제품을 선택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냥 나는 그런 거 없어도 잘할 수 있고, 설마 좀 안 좋은 거 산다고 무슨 일이 나겠냐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저번주에 녹음 연습을 하다가 마이크에서 노이즈가 너무 많이 발생해서, 채점하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AS를 보냈는데, 마이크 본체가 손상이 되어서 그냥 새것을 사라고 하더군요. 새것을 사야 하는데, 중고나라를 막 뒤져보고 있는 저를 보신 어머니가 저를 보시면서 이러시더군요.

뭘 또 중고를 봐?
혹시 뭐 필요하니?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마자 어머니가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번에 중고사면 진짜 버려버릴 테니까 새거 사.
그리고 엄마는 그냥 BOSE나 AKG가 좋더라.
엄마는 막귀지만 너네 아빠도 BOSE 좋아하잖아.


그래서 막상 보니 BOSE는 저 같은 하찮은 이가 건드릴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가격이더군요. 그래서 AKG에서 적당한 것을 고르려는데, 후기가 제일 많은 AKG ARA를 선택했습니다.


막상 AKG ARA도 적당한 가격은 아니었어요. 21000원짜리 마이크를 쓰다가 10만 원짜리 마이크를 산다는 게 속으로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내가 능력이 안 되는 것을 괜히 장비 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냥 다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포장을 뜯고, 녹음을 해보니,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하게 녹음이 되는 기분이고, 마이크 기능 중에 전면녹음과 전후방 녹음을 선택할 수가 있어서 다른 기능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녹음할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제품은 생각보다 막 가볍지 않고 적당한 무게였습니다. 전에 쓰던 마이크는 너무 가벼워서 마이크를 넘어뜨리는 실수도 많이 했었거든요.


저는 저를 날백수라고 부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수험생이라고 하더군요. 수험생으로서 부리지 말아야 할 사치를 부린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 죄책감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서 2명의 제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가 뭐라고 AKG 마이크를 쓰냐?
무슨 가수냐?
or
좋은 장비사서 편하게 녹음하고 점수 잘 받으면 되는 거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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