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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ug 09. 2024

마흔네 번째 : 매일 미안해하고 걱정하는 게 일상

매일매일 미안한 K선배님과 빈 땅에 집 짓기에 대한 수많은 걱정 등

출처 1 : https://pixabay.com, 출처 2 : https://www.wework.com


오늘 아침에 7시에 카카오톡 메시지가 온 줄도 모르고 집에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 건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건지 밤에 잠을 잘 못 자기도 하고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성도 아닌 제가 헛구역질도 나고 해서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해보니 위에 피가 좀 나고 진단명이 나오더군요.


K 선배님은 그냥 제가 이 형님이 없었다면 '내 20대를 온전히 보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은인이기도 하고, 특히 우리 어머니는 그냥 막 남을 칭찬하거나 그렇다고 비방을 하시는 분도 아니지만 이 말씀으로 이 형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더군요.

00 이는 그냥 사람이 다르고 일단 착해.
말하는 게 상대방 배려가 되잖아.
행동도 그렇고.


아마 제 폭풍과도 같은 20대를 보내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저는 이 형님처럼 따뜻하게 못해줄 것 같습니다. 그냥 매일 욕먹고 집단 따돌림만 당하던 저한테 항상 제가 그래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중에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선배였거든요.


그런 선배가 우리 집 근처에 오셨는데, 제가 그 카톡을 미처 받지 못하고는 그러시지는 않겠지만 '혹시 서운해하시지는 않을까?' '하나 두 개가 쌓여서 눈덩이처럼 오해가 불어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그냥 오늘 밖에서 일처리를 할 게 있어서 하는데 그냥 제가 죽일 놈이라고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한테는 그냥 매일 다투다가 오늘은 그냥 제가 먼저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엄마나 나나 계속 같이 살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살다가는 둘 다 어떻게 살아.
일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보채고 괴롭히고 채근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엄마가 알다시피 나는 능력이 안됩니다.


엄마께서 알았다고 하시고는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머니는 그냥 말을 하면 제가 어떻게든 다 해내니까 저한테 계속 말하게 되는 것 같다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셔서 제가 더 죄송했습니다.

매일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니는 건 그냥 본능적인 것 같아요. 항상 부모님이 빨리 사과해서 풀어내라고 하셨거든요.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30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44


단, 위의 링크의 글에 대한 문제만 제외하고 그렇습니다.


집이 지어지고 완성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꼭 초대를 해서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저한테는 친조카는 아니지만 친조카 이상의 아이까지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그냥 그 아이가 잠시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 수도 있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매일 걱정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단지 표현을 안 할 뿐인데요. 제가 엄마께서 표현하시는 것을 너무 막아버린 게 아닌가 걱정도 되기는 합니다만, 저도 일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기회라고 해야 할지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이것으로서 그냥 제 인생이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닐지 조금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다가온 기회 혹은 행운을 마무리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것을 요즘 많이 깨닫고 있습니다.


매일 미안해하고 걱정하면서 살지만, 나중에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회고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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