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서 연락을 못 드렸던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늘 아침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휴대폰에 나온 이름을 보고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 엄청난 고민을 했어요.
우리 가족이 아팠을 때 수술해 주시고 마지막까지 지켜주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일단 받고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전화 수신을 하자마자 먼저 말하시더군요.
야, Calm(가명), 너 왜 나한테 전화 안 하고 문자만 해?
목소리 안 들으니까 잘못된 줄 알았잖아.
당시에 어차피 수술해도 안될 환자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아는데, 환자 본인의 의사와 보호자의 의사를 전부 다 존중해 주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뒤에서 우리 가족 전체를 그리고 이 선생님을 씹어대는 전공의들을 포함해서...... 당시를 생각하니 더 죄송해지더군요.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저한테 이 한마디를 하시더군요.
너는 사람이 60대 정도에 해야 할 고생들을 미리 20대에 다 했으니까, 잘 될 거야. 삶을 포기만 하지 마.
내가 너희 가족을 기억하는 이유는 절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은 가족이었다는 것 그리고 수술이 실패하고서도 나를 탓한 게 아니라 그다음 할 수 있는 조치를 생각하고 [특정의료장치]를 선제적으로 붙여서 의사입장에서도 고마웠고, 너나 너희 가족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
즐겁게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살자.
제가 가끔 연락드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존경까지는 아니지만 저 의사는 자기 직업윤리를 굉장히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요즘 다 놓고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직업을 가지고 은퇴 후에 하려고 했던 일을 지금 당겨서 하다 보니 이런 생각도 했어요.
이제 곧 죽으려나?
나중에 하려고 했던 일을 자꾸 지금 하게 되네?
아직은 포기할 나이가 아닌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