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Apr 20. 2024

스물세 번째 : 차라리 내 탓을 하고 나를 죽여라

비겁하게 내 주변을 괴롭히던 사람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몸에 많이 큰 수술을 받은 뒤에 잠시 임시직으로 공공기관에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를 회고해 보면, 그 기관의 특성상 제가 부딪히고 서로 잘 지내야 하는 사람은 많아봐야 6명 정도?


저는 중간 급으로 들어갔어요. 전공이 이공계열이고, 나이가 있고, 졸업논문 이외에 논문 하나 적은 것과 더불어 몇 가지 이력이 있는 덕분에 말단이 아니라 중간 급이 되어서 사실 급수가 저보다 낮은 분들께 존댓말과 오히려 상사에 준하는 예우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공간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 같네요. 그 공간 안에서 제가 할 일이라고는 제 전공지식을 이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일보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최상위 관리자가 아니고 중간에 채용이 되다 보니 제가 있는 공간에서는 항상 예의를 갖춰서 동료들을 대하고 하다 보니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가 고깝게 보였던 거죠. 제가 평상시 우리 공간 안에 있는 사람에게 정말 아재개그 하는 거 빼고는 다른 공간의 사람들에게는 말 한마디 안 해봤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와 같은 생활을 해온 거라고 봐야 하고 대학교 때도 같았고 졸업 후에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랫 직원이라고 하면 너무 상하관계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싫고, 그냥 같이 일하는 직원이 실수를 하게 되었어요. 우리 공간에 있는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고 최고 책임자도 오히려 열심히 한 거 다 아는데 사람이라 실수할 수도 있지 신경 쓰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하셨어요.


평상시에 저랑 이야기도 안 했던 사람이 저를 속된 말로 씹고 다니더군요. 낙하산이라고 하면서요. 저는 낙하산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고 제가 굴러들어 온 돌이라고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앞에서 저를 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욕은 안 했어요.


그다음이 문제였어요. 사람이 참 저열한 게 주변인들을 괴롭히더군요. 그냥 그 대상이 된 친구에게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어차피 오래 일을 할 것도 아니고, 저 사람이 이야기하면 한 달 정도만 무시해 줄래요? 제가 다 해결할게요. 정말 죄송하고 미안해요."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저를 위로해 주더군요. 잠시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따뜻한 공간이었구나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그냥 다른 공간에 가서 소리를 질렀어요.

"000 나와라. 하다 하다 비열하게 이따위로 할 거냐? 나와."


사실 일부러 소리를 질렀어요. 다른 공간 최고책임자 들으라는 식이었어요.


저와 나이가 같더군요. 그래서 일단 말을 한다고 하고 딱 이 이야기만 했습니다.

"내가 당신이랑 말을 섞은 건 전에 당신이 내 이야기를 하다가 나한테 들려와서 내가 소리 지른 거 하나인데 뭘 안다고 자꾸 중얼대고 다닙니까? 그렇게 내가 마음에 안 들면 나한테 말하던지 아니면 나보다 더 높은 사람한테 가서 다이렉트로 찌르세요. 지금 같이 일하는 친구를 좀 안다고 그렇게 잡도리를 하면 사람이 살아있다가도 죽고 싶겠습니다. 지켜볼 테니 똑바로 해주세요. 난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 마지막으로 경고하는 겁니다."


그러고서 약속보다 지체가 되었지만 한 달 반 뒤에 그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더군요. 4개월 뒤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 친구는 꼭 명절이 되면 전화가 옵니다. 고맙다고...... 그런데 고마워할 일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제 탓을 해버리는 게 편하고 나한테 상처 주는 게 다른 사람한테 상처 주는 것보다 편해서 이러고 사는 건데요.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차라리 내 탓을 하고 나를 죽여라.'


그런데 아버지가 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적어주신 종이 한 장에 이런 말씀이 있더군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주변을 지키기 위해서 사지(四肢)를 내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비슷한 것 같아요. 이 부분 때문에 손해를 보고 사는 부분도 많기는 한데, 떳떳하기는 해요.


여러분은 주변인들을 지켜야 할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바뀌지가 않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물두 번째 : 공부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