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Apr 20. 2024

스물두 번째 : 공부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는 이유

25년 전에 병이 생기고, 완치 후에도 안 바꾼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제가 전에 6번 정도 큰 수술을 받았다고 했고, 작은 수술이나 시술은 빈번하게 받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6번의 수술은 정말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수술이었고, 그중에 2번의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case였던 것으로 의사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술 후 회복이 순조로워서 오히려 의사 선생님이 한두 번 고비가 와야 하는데 너무 순항하는 것 같다고 오히려 두려워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가벼운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교한 작업을 하는 것에는 하등의 지장이 없는데, 가급적이면 무거운 것을 들거나 그러지는 말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 1차로 SUMMARY를 만들고 그 요약본을 주구장창 외우다가 시험 전에 한번 더 교과서를 보는 타입이라,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원래 앓던 병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차도를 보이기 시작해서 계속 사용해 왔던 공부방법인데, 워낙 오래전부터 알던 선생님이라 그냥 여쭈어봤어요.

"저 볼펜하고 샤프 엄청 눌러쓰는 거 아시죠? 사프 심도 2H를 쓰는데, 혹시 이렇게 쓰는 것도 좀 팔에 무리가 올까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서 간호사님께 볼펜하고 종이 하나만 가져 다 달라고 말씀하시고는 "해봐."라고 하시더군요.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시더니......

"너는 글씨를 쓰는 거니 아니면 조각을 하는 거니? 볼펜 다 망가지겠네? 지금 이렇게 하면 수술해 놓은 거 다시 망가지니까 이걸 손가락만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어쩌면 좋을까?"

이러시더군요.


의사 선생님께 그냥 책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할 것들이 조금씩 생기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좀 투정을 부렸습니다. 저한테는 중요한 문제였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아버지의 정말 친한 후배 셔서 저한테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00이 형님처럼 너도 한번 보고 외우고 그게 안되니?"


그냥 한 5초 정도 정적이 흐른 것 같아요. 아버지는 좀 머리가 많이 좋으신 분이거든요. 우리가 흔히 IQ라고 하는 수치가 많이 높으신 분이시고, 전공도 머리를 쓰는 전공을 하신 분이세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게 되면 제가 이런 걸 물어볼까요?'


의사 선생님 입장에서는 젊은 제가 이런 병으로 수술을 하는 것도 기가 막힌데, 다시 재수술을 하더라도 최대한 늦추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이랑 워낙 오래 보다 보니 아예 이젠 독심술을 하시더군요.


너는 지금 수술이 잘되고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고, 책 보는 방법을 바꾸는 게 더 고민이구나?
하여튼 지금 하던 대로 하면 재수술 시기가 엄청 빨리 돌아올 거고, 향후에 너한테도 더 안 좋으니까 습관을 바꿔.
이젠 선택의 여지는 없어.


그래서 오늘부터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어색하더군요. 뭔가 노트를 적거나 연습장에라도 적기는 하는데 적는 양이 줄다 보니 무엇을 한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적고 싶으면 차라리 컴퓨터로 문서작성이라도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건 더 어색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사실 손가락부터 망가져야 정상이었는데, 손가락이 멀쩡한 이유를 의사 선생님은 더 궁금해하시더군요. 저도 이유는 모르겠어요.


하여튼 작은 수술을 받고 나서는 어떤 것을 보고 숙지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나가는 중입니다. 많이 어색해서 그냥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마음속이 많이 복잡하기는 합니다.


여러분들은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어떤 시험공부를 할 때 어떻게들 하시나요? 저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나 보고 벤치마킹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