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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pr 19. 2024

스물한 번째 : 웩슬러 지능검사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했던 검사랑 뭔가 좀 다른데?

대학교 1학년 때 분명히 IQ검사라고 해서 강의실에 갇혀서 난 배가 고픈데 너무 힘들게 테스트를 마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검사는 처음이었고, 검사 전에서도 지도교수님이 굳이 해보라고 하셔서 수업이 다 끝나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타과 학생들과 같이 검사를 받았고, 그냥 집중해서 풀어서 빨리 그 공간을 벗어날 생각만 있었습니다. 귀찮고 짜증 나고......


당시에 통보받은 수치는 표준편차 24인 검사에서 17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게 높은 건지 낮은 건지도 모르겠고 심리학과 교수님과 지도교수님이 '멘사' 이야기를 하셔서 처음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그거는 무료로 하는 건가요?"라고 여쭈었습니다.


무료가 아니라고 하셔서 싫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굳이 돈까지 내가면서 해야하는건가 싶었거든요.


제 지도교수님이 계속 설득을 하셨는데 이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은 집단행동을 위한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좋은 대학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가입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제가 생각했던 건, 살면서 주입된 말은 비속어를 조금 써보면 이렇습니다.

머리 좋다는 새끼들이 세상을 망치고, 주변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쓰다 버리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이 검사를 하고 나서 제 고3 담임이 생각났습니다. 매일 죽으라고 하면서 항상 이 말을 곁들여서 했거든요.

넌 머리도 멍청한데 그냥 죽어라.
어차피 몸도 아프다면서?
살아서 뭐 하냐?


그런데 이 고3 때 이야기를 지도교수님께 했었고,

도대체 그 새끼는 뭐 하는 새끼냐?


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우리 과에 또 한 분의 노(老) 교수님께도 이야기를 드렸는데,

뭐 그런 새끼가 선생을 해 먹고 앉았냐?


라고 하시면서 저를 위로해주시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상시 그런 언어를 잘 안쓰시던 분들이 그러셔서 놀랐어요.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죠. 몸이 성인이 되어서도 멀쩡하지는 않아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다가 하루종일 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일단 경과관찰의 대상이 되는 질환이 좀 많습니다.


하여튼 모종의 이유로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때 받은 검사결과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어서 검사를 담당하시는 분께 드렸어요.


이번에 하는 검사는 표준편차 15 내외의 검사라고 하시면서 다른 검사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전에 받았던 검사는 표준편차 24 내외의 검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지능측정을 했던 사람들이 이 웩슬러 검사를 받고 점수가 낮게 나오니 당황하는데 그게 정상이라고 하셨어요.


일단 검사를 받는데, 지루하고 짜증 나고...... 미치겠더군요.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이걸 왜 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필요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참고 집중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들었는데 표준편차 24인 검사의 결과와 거의 비슷하다고 하시더군요. 특별히 지능이 떨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저도 다행이다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더 안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부분마다 점수를 내서 환산을 하는 것 같더군요. 그 환산하는 식이나 방법을 제가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최종으로 나온 점수는 140이 조금 넘는 정도였어요. 높은 점수라고 0.xxx%라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이고, 의미 없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아주 예전에 아버지도 웩슬러 검사를 받으셨다는 게 과거 타 병원에서 이 병원으로 옮겨올 때 받아온 진료기록에 적혀있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는 저보다 좀 많이 높으셨더군요. 그런데 아버지의 삶을 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 삶이 편하시지는 않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처럼 안 살려고 항상 '표준' 그리고 '보편성'에 삶의 기준을 맞춰서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여튼 검사가 끝나고 아버지 후배도 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으신데, 외래가 없으시고 수술도 없으셔서 제가 끝나는 시간에 대기실에 오셔서 저한테 물으시더군요. 그 검사에 대해서요.


"그래서 000 나왔어요."라고 말씀드리자마자 바로 이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역시 너는 00이 형님 아들이 맞네.
이게 내가 의사라 말하기는 조심스러운데 유전적 소인이 없다고는 말을 못 한다니까?
그런데 형님네 형제들은 그게 또 아니라서 이걸 유전적 소인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긴 하네?


그냥 아버지랑 친한 후배분이라 말은 못 하고......

'아이고, 의미 없다.'라고 속으로만 계속 생각했어요.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능검사 따위는 시키지 않을 생각입니다.


뭔가 선입견을 심어버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조금 느린 조카들도 많지만, 느리지 않다면 철저히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어진 대로 살면 또 어떤가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되는 거지 싶습니다.


제가 받아 든 검사결과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지능 검사가 정말 필요한데 쓰이는 게 아니라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하는 부모나 아니면 자기 자신의 욕심이 아닌가 싶어요.


미래에 자식이 생긴다면 자식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너네 할아버지는 세상 편한 게 제일이라고 하셨고, 할머니는 공부해 봐야 아무 필요 없다고 하셨어.
아빠는 그냥 니가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그럴 필요 없이 스트레스만 안 받고, 편하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아빠한테 이야기해 줘.
그러면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고, 도와줘야 하는 건 도와주면서 아빠가 할 수 있는 걸 해줄게.


이번에 검사를 받고 나서 검사에 대해서 인터넷에 찾아본 뒤에 생각도 많아지고,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반드시 저 말은 해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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