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Apr 18. 2024

스무 번째 : 저거 또 시작이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고 지금도 듣는 말

살면서 항상 몸이 아팠고, 큰 수술도 6번 정도 받게 되었고, 작은 수술이나 시술은 아주 빈번하게 받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우리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신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나도 당신네 자식인데 내다 버린 자식이냐고 여쭈어본 적도 있었고, 집에 유전자지도 작성을 할 일이 생겼는데 그때 친자확인도 했었어요.


제가 친자확인 요청을 하는 걸 보시고는 왜 그러냐고 아버지가 말씀하셨고, 그냥 화가 나서 그런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마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야, 지금 니가 엄마나 아빠보다 열심히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서 사는데 부모가 말을 하면 막 힘이 더 날것도 아니고, 지금 가장 힘든 게 너일 텐데 말해서 뭐 하냐?"


이해는 갔지만 섭섭하기도 했어요.


이상하게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성인이 되면서 '상황의 불합리함'을 알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매일 싸움만 해댈 만큼 싸움닭도 아니고, 싸움에 자신이 있는 불량배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고, 넘어야 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는 무엇을 지키고 살면 살수록 바보 소리나 듣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더군요. 바보라는 소리가 아니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이겁니다.

저거 또 시작이네. 피곤하게 왜 저러냐?


사실 대학에서 실험을 하다가 대학원생의 실수로 대조군이 다 망가져버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험 다 엎고 새로 하자고 하니 제 지도교수님 빼고는 다 저를 원망하더군요. 다 선배들이라 실험을 새로 안 하면 제가 사보타주(sabotage)를 하겠다고 했어요.

* 사보타주 : 사보타주에는 태업과 같이 외형적으로는 일을 계속하지만 의식적으로 사용자의 지휘ㆍ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소극적 사보타주와 이에 그치지 않고 쟁의 중에 기계나 원료를 고의적으로 파손하는 적극적 사보타주도 포함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결국은 새로 했습니다. 다 선배들이라 저를 죽이네 살리네 하더군요. 지도교수님도 너무 분위기가 험악해지니까 저만 따로 불러서 저녁을 사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군요.

"너무 곧으면 부러지는데, 너는 부러지면 부러진 대로 버틸 놈이라 내가 할 말은 없다만 그냥 내가 미안하다."


뭐가 미안하다고 하셨던 건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하여튼 병원에서도 수술을 한 다음에 의사 선생님이 회복기를 얼마동안 가져가라고 이야기를 해주시면, 저는 아파도 그날 0시가 넘어가면 정상생활을 시작합니다. 제 인생을 누가 책임져주지 않거든요. 그런데 정상생활은 힘들고 수술 후에 그러는 이유는 정상생활을 빨리 돌려놓겠다는 의지이고 정말 술이나 담배나 수술부위를 막 움직여버리는 행위가 아니고 허용된 선에서 버티고 일을 해나가는 거죠.


그러면 지금은 은퇴하신 의사 선생님이시지만, 저한테 더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야, 너 미쳤냐? 너 지금 나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거 아니면 제발 좀."


저 말도 "또 시작이네."랑 의미는 같을 거예요.


저도 사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거든요. 친한 사람이 아니면 저에 대해 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알쏭달쏭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도 모르겠어요. 사실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인생이 길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앞으로 한 6~7년은 더 봐야 제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지 궁금해지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