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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ug 20. 2024

쉰여섯 번째 : 전기차에 대한 생각을 물어왔다

나는 내 세부전공인 안전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s://www.volkswagen-group.com/en/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바라보던 친환경 차량에 대한 시각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한 분의 교수님께서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예 연구 방향을 바꾸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이제 순진했던 공돌이가 아니라 "화공 꼰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저 새끼 헛소리 한다"는 말을 듣다가, 최근에 안전이슈나 제조결함 이슈가 터지면서 과거에 제가 자문을 했던 말들이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공공기관에 잠시 일할 때 제 바로 윗 상사였던 분이 어제 전화가 왔었습니다. 기본적인 안부를 묻고, 이제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셔서 같은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저한테 당시에 했던 말을 revival(사전적 정의 : 재공연,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결국은 저도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세상은 변하고, 정부에서 밀고 있는데, 객관적인 사실이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도 얼마 전에 버스 타고 가다가 중국회사 전기버스가 갑자가 멈춰서 20분 동안 나오지도 못하고 갇혀서 더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대중교통도 개선이 안되는데 승용차가 개선이 될까요?


너무 염세적으로 살지 말라고 핀잔을 주시고는 그냥 이야기해 달라고 하셔서 녹음을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대강 당시에 제가 뭘 이야기했는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나 이제는 지식도 조금 쌓였다고 생각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반도체나 배터리 등에 대해서 인간이 데이터 처리량이나 에너지 저장량을 늘리기 위해서 제일 처음이 찾았던 방법은 비어있는 3차원 공간을 찾아서 단순히 쌓는 stacking과정을 거쳐서 제품의 용량 혹은 성능을 향상했는데요.

중요한 건 한정된 공간 안에 연산장치나 에너지원을 쌓아놓게 되면 자연히 성능 향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만큼 그 장치들은 작동환경이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냉각을 시키거나 혹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지기 때문인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공학설계에는 안전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효율과 성능만 중시해 온 인간사회에서 인간은 3차원 공간에 쌓아놓을 그 장치들의 성능을 근본적으로 올려놓고 또 그것을 쌓고......

계속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성능을 개량해 왔고, 그 한계가 다가왔을 때 새로운 형태 혹은 새로운 시스템의 장치를 만드는 것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기술은 일본에서 처음 상용화를 한 후 30년 이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자동차 한 대를 안전하게 굴리기 위한 일정 성능 혹은 에너지의 양을 충족시키기에는 같은 공간에 에너지를 집약해 놓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배터리 용량을 늘려서 성능개량을 하기 위해서 더 쌓아 올리고 그리고 소재개량도 하지 못해서 결국은 폭발성이 있는 알칼리 금속인 Li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스마트폰만큼도 배터리를 보호하는 보호소재도 굉장히 엉성하게 설계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너무 과도하게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는 전자제어 시스템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기가 공급이 안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압이나 여타 다룬 기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어시스템의 구비도 되어있어야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무슨 조치를 하던지 할 텐데 현재는 그런 부분은 그닥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좀 극단적인 예시로서 삼성에서 갤럭시노트7 사태가 터진 후에 그것을 수습하는데 그래도 선지적으로 잘해서 지금 그나마 유지를 하고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에는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 양이 더 크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그래도 승용차나 버스를 만들어야 한다면, 지금의 가격으로 안전성도 확보가 안된 전기차를 마구잡이 식으로 길바닥에 굴릴게 아니라,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판매를 포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최소 안전 기준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과학기술통신부나 국토교통부에서 줘서 충족을 못하면 팔지 못하게 막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운전을 못해서 운전 편의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거의 1시간 정도 이야기 했을까요? 위에 적어놓은 것은 그냥 과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이해하실 수 있는 내용만 적어본 것이고, 전문적인 내용도 알고 있는 내용은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친척 중에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있어서...... 한 4년 전이었나? 전기차는 길바닥에 돌아다니는 그냥 폭탄이라고 했다가, 쌍욕을 듣고 나서 전기차나 배터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다가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많고, 전에 자기 들이 했던 말에 대해서는 막상 사과를 받거나 그러지는 못했어요.


결국은 그냥 궁금증 하나 해결해 준 것처럼 되어서, 그래도 내가 몇 년 전에 헛소리 한 것은 아니었구나 마음속으로만 그래도 양심은 지킨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전기차를 너무 사고 싶어 하셨습니다. 특히 단독주택에 가서 집에 충전기를 설치하면 자동차 연료비가 저렴하기도 하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 자동차가 전부 다 전기차로 바뀔 것처럼 TV에도 광고를 했었거든요.


당시에는 그렇게 전기차가 사고 싶으시면 차라리 하이브리드를 사시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바베큐가 되고 싶으시냐고 말을 좀 세게 했었어요. 전기차 자체가 차가 고장나거나 접촉사고가 나면 어디가 어떻게 고장이 날지 예측이 힘들 것 같다고도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예 그냥 내연기관차를 타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저는 자동차가 "연료"의 형태만 다르지 일단 집약된 에너지원을 가지고 달리는 장치이기 때문에 화재는 우연이 여러개 겹치면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이 나고 그런 건 좋은데, 폭발을 한다는 건 에너지원이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힘의 형태로 사람에게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자동차가 멋있어진다던지 소비자가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라서...... 물론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보다는 당장 알칼리 금속의 폭발 위험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적 격리 혹은 보호소재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두서없이 말만 많았네요.


아마 좋은 대학 나오신 분들은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실 테고, 현장에 있으신 분들은 저한테 미친 소리 한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일단 저는 전기차나 원자력에 대해서는 완전히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단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것은 좋은데, 완전히 그 에너지원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만 사용하는 게 우리가 인간의 섭리를 파괴하지 않고,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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