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넣을 때는 인사하다가 찾을 때는 온갖 태클 다거는 은행
오늘은 아침에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다시 받고, 은행에 가서 처리할 일을 다 처리했습니다.
여기 저기에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원 만큼 뿌려놓은 계좌들에 있던 돈을 다 끌어 모으려고 하니, 은행 한 곳에서 태클이 걸리더군요.
그냥 자기네 은행에 무슨 상품이 있다고 지연 작전을 펴는데 미치겠더군요. 그래서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저기요.
지금 제가 계좌 가진게 이자까지 전부 5000만원이 조금 넘는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그 상품에 제가 돈을 맡길 고객으로 보이시나요?
원칙대로 업무만 좀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30분 이상 사람을 붙잡고 있어서 돌아버리겠더군요.
그 과정에 어머니는 계속 저만 속된 말로 계속 달달 볶으셔서 그냥 조용히 일처리를 하려면 차라리 예민하게 화를 내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말을 좀 심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일처리를 다 마치고 입에서 정말 단내가 나는데, 은행원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자세한 과정을 이야기 하기는 그렇지만 다시 은행에 가고, 관공서에 가고......
일이 종료된 시간은 12:30 입니다.
집에 가고 있는데, 어머니는 뭐가 그리 좋으신지 제가 화가 나서 그냥 가만히 있으시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늘 반나절 안되는 시간동안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혼자 정말 바보 짓은 골라가며 한 것 같은데, 앞으로 살면서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막상 비슷한 상황이 오면 피하지 않겠지만, 가급적이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아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멀티플레이어 보다도, 그냥 외골수로 하나만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인데...... '뭔가 제 자신이 일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노력이나 기다림의 힘을 믿고 까부는건 아닌건가?' 하는 생각도 엄청 들었습니다.
그냥 오늘 제가 일처리의 용이성을 위해서 그리고 계속 말하는 어머니를 참아주다가 이성을 잃을 것 같아서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는 죄책감도 있었고...... 제 친구나 지인들이 종교를 찾고 기도를 하는 이유가 조금 헤아려질 정도였습니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냥 나 하나 갈아버리고 가족이 편하면 하자.
이 생각의 틀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움도 많았고, 정말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서 그 일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마무리 지을 때까지의 경험은 저와 우리 가족의 경험적 자산이 되겠지만, 그냥 생각이 많아집니다.
솔직히 시간이 지나서 단순하게 "그땐 그랬지."가 될까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네요. 안그래도 상처 받은 사람들 그리고 저를 그렇게 몰아세워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했나 싶었습니다.
그냥 금일 12:30까지 혼자 바보 짓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굉장히 창피하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