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Apr 17. 2024

열일곱 번째 : 사소한 일에 있어서는 쿠크다스 멘탈

머리카락 같이 사소한 것들에 너무 작이지는 '나'

벌써 열일곱 번째 글이네요.


글이 별로 재미가 없어서 별로 안 읽으시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어주셔서 놀라는 중입니다.


일단 이번 글은 요즘 불현듯 아주 사소한 일이 신경이 쓰여서 적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이 막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혐오를 준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고 살았습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주변사람들도 야구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한테 일단 선수 호칭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선동열' '이만수' 등 대충 이런 이미지로 별명을 부르는 사람이 많았고 그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외모컴플렉스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머리카락 때문에 심각한 고민은 많이 했었습니다.


'아, 머리가 빠져서 문제가 있구나.' 하실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입니다.


일단 머리숱이 많은 데다가 속된 말로 직모가 아닌 반곱슬머리입니다. 미용사를 하는 외사촌누나가 있어서 말해준 건데 전문용어로 파상모(波狀毛)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대한민국 기준으로 따지면 초중고라고 해야겠네요. 전부 다 남녀가 분리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래서 머리에 대해서 신경을 써보지도 않았고 특별히 한국에 와서는 '스포츠머리'로 잘라달라고 말하면 된다고 아버지가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잘라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보이는 게 다라고 생각했던 당시 학생부장 선생님이 저한테 와서 선도부에 와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그때 좀 학생부장 선생님한테는 결례를 범하는 말을 했어요.

"저는 누구가 잘못한 것을 잡아내는 일보다 정해진 규칙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은데, 지금의 이 학교 선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이 저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시더군요. 인정을 하시는 눈치였어요. 그러고 나서 학생부장 선생님이 1학년때 담임선생님께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저한테 알려주시면서 "넌 참 대쪽 같은 아이구나" 이 한마디 하시더군요.


하여튼 그러고 나서 대학을 왔는데 문제는...... 대한민국에 남자만 다니는 종합대학은 없잖아요. 제가 머리를 자르고 오면 여자애들이 처음에는 어느 운동부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운동부가 아니라고 했어요. 좀 황당해서 미용사인 외사촌누나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누나, 그 대학교 가면 스포츠머리로 자르면 안 돼?"


이 말을 하자마자 누나가 박장대소를 하면서 미쳤냐고, 그냥 차라리 주변 미용실에 가서 회사원 머리로 잘라달라고 하라 하더군요. 그렇게 자르고 가니 또 여자애들이 '노땅'이라고 '노티'가 난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찰나에 타과 여학생인데 저랑 친하게 지내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야, 너 이번주 주말 시간 되면 나랑 강남이나 한번 가자."


이래서 시간은 되는데 왜 강남이냐고 말하자마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멀쩡하게 생긴 애가 도대체 머리는 왜 그렇게 하고 다니니? 옆에서 계속 수군대는데 기분도 안 나빠? 내가 다니는 미용실이니까 한번 가자."


당시에 주말에 가서 잘랐어요. 일단 미용실 인테리어가 최신식이었다는 거...... 그리고 나 같은 사람 머리를 자르는데 4명이나 뒤에 서있었다는 것...... 그리고 솔직히 저는 뭐가 다른 건지 그냥 회사원 머리에서 조금 진화한 형태의 머리인데 복잡한 이름으로 부르더군요. 그렇게 그 친구가 내 머리를 자르는데 자기 멤버십으로 해서 비용을 내주고 다음 주에 학교를 갔지만, 수군대는 건 마찬가지고, 저는 가만히 있는데 머리를 시켜준 그 여학생 친구가 더 열받아서 하더군요.


하여튼 그러던 와중에 미용실을 하는 외사촌누나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만났는데, 워낙 머리숱이 많고 두꺼운 데다가 매직을 해도 힘드니, 일단 자주 머리라도 자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자주 자르게 되었고, 어머니도 머리를 자르고 오면 항상 좋아하시니까 자주 자르는데, 한 번은 비용이 좀 저렴한 미용실을 가니까 제 머리를 '밤톨이'로 만들어놔서,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 선생님 그리고 대학교 동기들 선배들이 1개월을 놀려대더군요. 그때는 제가 봐도 이상해서 짜증이 났어요. 3000원 아끼려다가 1개월을 그런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기네요.


하여튼 그래서 거주지를 이동을 하게 되면 미용실 먼저 찾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 의도치 않게 굉장히 오래 살게 되었는데 미용실을 거의 못 찾다가 4년 전부터 한 미용실을 다닌 뒤로는 머리 잘 잘랐다는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매번 좋았습니다.


그런데 미용사분이 3월 정도에 그만두셨나? 그리고 SNS를 요청하셔서 당연히 해주고 불쾌감을 느낄만한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SNS에서 사라지셨나? 그러고 나서 어디에 갔다가 그 앞에 새로 개업한 미용실 광고판에 나와있더라고요. SNS에서 사라지고 나서 SNS를 안 하나보다 싶었는데, 제가 SNS를 의도치 않게 삭제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사실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하면서 필요가 없어진 것도 있고, 열등감에 시달리게 되어서 지우게 되었어요.


SNS 삭제를 하고 머리를 자르려고 네이버 예약을 하려고 보니, 그 SNS가 들어가지더군요. 추정을 해보자면 저는 차단을 당한 거라고 봐야겠죠?


그냥 굉장히 작은 건데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아니면 내가 무슨 뭘 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니고, '왜 그런 걸까?'라는 생각에 이상한 데서 상처가 조금 오더군요.


일단 머리를 한번 다른 데 가서 잘랐는데 좀 판이 나버린 상황입니다. 그냥 눈을 딱 감고 그 미용사님한테 가야 할지 아니면 말아야 할지 솔직히 판단이 서지는 않네요.


막상 극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침착을 유지해 보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작은 일에서는 왜 이렇게 제가 작아져버리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부분 때문에 희한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입니다.


여러 가지 병들도 이겨내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큰 일들은 이겨내면서, 이상하게 작은 일에는 왜 정신을 못 차리냐고......


이 이야기를 오늘 좀 어른(?)을 만날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했더니 엄청 웃으시더군요.


어떻게 할지 한번 결정을 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다른 분들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