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통화를 하고 나서 갑자기 시험공부를 하다가 터져 나왔다
그제 외국에 사는 지인과 통화를 했습니다. 저는 완전 유아기에 해외에서 지냈다가 한국에 왔다가 다시 나갔던 케이스이고, 그 지인은 성인이 되어서 노력해서 해외로 나가있는 상황이었어요.
오다가다 한국인이 모이는 모임에서 뵙게 되었고, 어머니의 전 직장과도 관련이 조금 있었던 지인이라서 의도치 않게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이제 일을 그만두고 자기 만의 일을 하고 있는 그 지인은 저를 항상 '현지인' 취급을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저랑 대화를 할 때 한국어로 하지 않으시더군요.
그냥 시험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막 길게 통화를 한건 아닌데, 재미있게 통화를 했고, 아무런 이벤트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처해진 상황 그리고 지금 제가 공부를 하는 이유 그리고 또 아파서 수술을 하고 헛되이 보내버린 시간들까지...... 감정이 폭발을 하더군요.
과거에는 항상 누르고 누르다가 요즘은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전에 정말 너무 미치겠어서 정신건강의학과에도 다녀왔었는데, 스트레스 반응으로 봐야지 특별한 정신과학적 질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그러고서 갑자기 이명도 들리고 어지러워서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어릴 때 해외에서 '메니에르병' 진단을 받았었고, 한국에서도 제가 지방에 살고 있을 당시에는 진단이 되지 않아서 고생을 하다가, 대학교를 오면서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응급실 선생님이 차트를 보시더니 많이 어지럽냐고 하시더군요.
원래 버스를 오래 타도 멀미를 안 하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귀에서 "삐~"소리가 계속 들린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귀를 보시고는 저한테 일단 현재 메니에르 병에 쓸 수 있는 약을 "융단폭격"식으로 줄 수밖에 없다고 하시고는 월요일에 외래로 이비인후과를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고서 응급실에서 구토를 했는데, 먹은 게 없어서 그냥 쓴 물만 나오더군요.
자주 이래왔지만...... 경험이 반복될 때마다 불안감만 증폭되는 그런 기분이라 조금 그랬습니다.
응급실 선생님이 갑자기 붙잡으시더군요.
수액 맞고, IV로 주사 몇 개 좀 맞고 가세요.
지금 약만 받고 귀가하시면 또 응급실 오실 것 같네요.
그래서 수액을 아주 작은 거를 혈관으로 주사하고 나서 옆으로 주사를 3개 정도 더 맞았습니다. 갑자기 뱃속이 뭔가 굉장히 불쾌한 기분이 들면서 좀 구토하려는 게 나아지기는 하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하시면서 집에 가서 식사 잘하고 약 받은 거를 잘 먹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냥 온몸에 문제가 다 터져 나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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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대로는 마무리를 짓고 잘 쉬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냥 공부도 건성건성하고 있었고, 오는 전화도 그냥 잘 받았고...... 메니에르병이라는 게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항상 저는 '과거'가 저를 휘감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더군요.
오늘은 그냥 이상하게도...... 살면서 아프다고 화를 내본 적은 없는데, 아파서 너무 화가 나고,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것 같은 어떤 인지부조화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뭔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 우두커니 서서 혼자 바람을 다 맞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1초씩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가면 내일은 반드시 옵니다.
그런데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이성적으로는 별 생각이 없는데, 몸이 기억하는 것 같은 이 묘한 기분을 앞으로도 몇 번 더 느껴야 한다고 하니 좀 소름이 끼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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