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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02. 2024

일흔 번째 : 메니에르병 2

당장 수술을 받아도 크게 효과는 없을 듯

출처 : Mayo Clinic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menieres-disease/symptoms-causes/syc-20374910


Calm(가명)씨, 영어 되니까 내가 카톡 준거 읽어봐요.


의사 선생님이 검사결과를 한참 보시더니 말씀하셨어요.

항공안전 관련 자격증은 (해외)에 가서 도대체 어떻게 땄어요?


라고 하셔서, 그때 병원에 가서는 이상이 없다고 해서 그냥 시험 보고 통과해서 건강검진도 그냥 넘어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외에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했어요.


검사라고 해도 실질적인 건 영상기록인데, 계속 회복되었다가 안 좋아졌다가 해서......


간혹 가다가 항공기 조종사들이 생겨서 비행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정말 저처럼 스트레스 반응으로 오는 사람도 드물지는 않다고 하셨어요.


당장 수술을 한다고 해도 장담은 못하겠다고 하셨다. 약 먹고 쉬면 좋아지는데 굳이 수술을 하는 것도 위험부담만 가중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저녁에 시험이 있어서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선생님, 속된 말로 오늘 저녁에 시험만 볼 수 있게 오늘 저녁만 좀 버티게 해 주세요.

오늘 저녁이 지나서 수술을 받던지 다른 조치를 할 테니 도와주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저에게 이런 경우가 너무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한데 알았다고 하시고서는 그냥 고개를 저으시면서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죄송했어요.


뭔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듯한 기분이 매일 들거든요.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셨습니다.

나랑 안 만나야 좋은 건데, 그래도 우리 Calm(가명)씨 결혼하는 것도 봐야 하고, 편하게 살아야 되는데.

차트를 다 인계받았을 때 이 사람이 ENT 말고 다른 과 그리고 다른 병원과 학교와 사회에서 받았을 수많은 냉대, 손가락질 이것만 해도 힘든데 너무 힘들게 살지 마요.

편하게 살자.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어요.


1초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고,
1초라도 부모님께 정상적인 아들이 되고 싶고,
1초라도 나한테 속된 말로 '지랄'하는 사람들한테 당신들이 잘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치료를 받고 나서 약도 받고 주사도 또 맞고......


쉬다가 시험을 보라고 하셔서 그래보려고 합니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이런 말은 싫지만, 우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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