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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03. 2024

일흔두 번째 : 포기하기로 거의 마음을 먹게 되었다

'행운을 몰아서 주지는 않더라'는 당연한 것을 체감한 순간

출처 : Vecteezy

어제까지 모든 것을 미뤄놓고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직장인처럼 반복되는 일이 밀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순간의 결정이 다 중요한지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침에는 의사 선생님이 전화가 오셔서 시험을 잘 봤냐고 물어보시는 게 아니라, 시험을 끝까지는 봤냐고 말씀을 하셔서 저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에 그랬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272


그러고 나서 적당히 일이 다 마무리되어 갈 때, 어머니와 같이 뚜레쥬르에 들러서 빵 하나로 요기를 했습니다.


한 시간 반정도 앉아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렸고, 집도 이제 올리기 시작해야 하고, 동시에 공부를 같이 하기란 쉽지가 않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애당초 제가 공부를 하거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으시다기보다는, 공부를 안 했으면 하는 것을 이미 제가 대학교 다닐 때부터 말씀해 오셨기 때문에, 그 노선은 변하지가 않으셨더군요.


저한테는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하시는데,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순간순간을 채워나가는 삶을 살더라도, 조금은 움직일 수 있을 때 그만두는 것도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항상 아버지가 저에게 해주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노력을 해도 안된다면 빨리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게 지혜로운 거라고......


제가 공부를 포기하는 이유를 누군가가 궁금해하지도 않을 테지만, 몇 년 정도는 미친 친척들의 씹힘에 놀아나야 할 듯싶은데, 그 정도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던 과거에는 모든 걸 떠안고 살아가는 삶을 살아갔다면, 이제는 정말 한 손에 빈 비닐봉지도 들기 싫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솔직한 심정은 이렇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는 이런 일까지 벌어지네.
더 이상은 무리다.

돈과 무관한 일을 하고 싶다는 제 꿈과 희망은 다 무너져버렸지만, 정말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이어서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너무 늦게 포기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가게 된다면, 집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그냥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제 방에서 계속 누워만 있고 싶은 기분입니다.


부모님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지만, 그것도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하는 것이고, 제가 부모님을 그냥 방치할 만큼 용감한 인간이 되지는 못해서, 사람은 그 그릇대로 산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과거에는 무엇이 억울한 건지 화도 많이 났었고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아무런 생각도 안 들고, 순간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하는 게 더 피 말리는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쉬고, 집을 짓고, 삶을 이어나가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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