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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07. 2024

일흔일곱 번째 : 한 마리의 투견(鬪犬)이 되어버렸다

산 넘어 산인데, 그래도 인간쓰레기는 되지 말아야지

출처 : 파이낸셜투데이


오늘도 악몽을 꿨습니다. 패턴은 같아요.


고등학교의 한 교실, 아침 조회 후 담임의 폭언과 협박, 우등반에 수업받기 위해 다른 교실에 가면 전 책상과 의자가 없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당시에 앓고 있던 병 때문에 정규수업을 받고 종합병원에 가거나, 금요일에 정규수업이 끝나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가야 하는데, 선생이 일부러 미적거립니다.

그러고서는 나가다가 교장한테 뺨을 맞습니다. 제가 수업 땡땡이치는 줄 알고 몇 번 당했는데, 어머니가 눈앞에서 보시고 우신 적이 있는데, 그 상황이 계속 벌어집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위 링크의 글은 극히 일부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꿈을 꾸고 삽니다.


그러고서 눈을 뜨면 눈앞에 지뢰밭이 펼쳐지는 기분입니다. 지뢰밭에 대해서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매일 그 짧은 시간도 공부보다는 사람과 싸워가며 살아왔던 고등학교 시절의 재림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 어머니가 폭주를 하시면 막기 위해서 막말을 하게 되고, 집 주변이 개판이라 민원을 넣었다가 나에게 공갈이나 하는 공무원한테 녹음돼도 상관없으니까 내가 당신하고 x분 동안 통화한 녹음을 다 공개하라고, 잘라서 편집하면 당신 고소한다고......


매일 어머니는 저한테......

넌 내 아들은 아니고 아빠 닮았나 보다.


이러면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라고 또 막말이 추가로 나갑니다.


예전에는 고슴도치처럼 살자고 다짐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슴도치가 아니라 그냥 막 물어뜯는 투견(鬪犬)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저한테 항상 이러십니다.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일을 탁탁탁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또 아플 수 있으니까 제발 좀 화를 가라앉히자.
이젠 너도 나이가 들어서 조심해야 해.


어릴 때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뭐가 저렇게 꼬여있는 건지...... 그리고 융통성이 왜 그렇게 없는 건지......


물론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작은 부분부터 융통성을 발휘해서 순간순간을 전부 잔머리로 넘기느냐, 아니면 정말 원칙을 다 지키다가 내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싶었을 때 원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데 여기에 메니에르병까지 와서 완전히 잡히지가 않아서 더 괴로운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겠어요.


건축사이신 외삼촌이 말씀하시더군요.

완벽한 것도 좋은데, 나도 오만가지 건물을 다 설계하고 confirm 받고 하는데, 준비해서 한 번에 끝내려고 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잖니.

살면서 꼼꼼한 건 좋은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 이상한 부분에 꼼꼼해져서 짜증 나고 그렇잖아.

나도 독립하기 전에 회사 다닐 때는 그랬었는데 독립하고 나와보니까 스트레스받으면 나만 손해더라.

그리고 나도 알다시피 우리 (어머니 성씨)들은 다 느긋하고 이러면 이러고 저러면 저러는 사람이라 너처럼 칼같이 말해도 듣지도 않아.

(어머니 이름)이가 그나마 우리 집안에서는 제일 똑똑하고 칼 같은 사람인데, 지금 너희 가족 중에서는 (어머니 이름)이가 제일 여여 하다며.

사람들이 다 칼 같으면 부러지니까 나처럼 아니면 Calm(가명) 엄마처럼 좀 여여해지자.

너는 똑똑하니까 잘할 수 있어.
스트레스받지 말고 즐겁게 살자.


최근에는 건축사이신 외삼촌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고 그렇습니다.


제가 뭔가 미친 듯이 하고 있으면 항상 저한테 나랑 좀 놀고 뭘 하자고 통화를 자주 하시는데, 바쁘실 텐데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가 사람이 아니라 정말 인간쓰레기가 될 것 같아서, 최소한 어머니한테 막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하다가는 양쪽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부터라도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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