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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06. 2024

일흔여섯 번째 : 나이가 한자리인 아이들과 놀기

외삼촌은 유튜브 안 봐? 전부 야구하고, 이거 뭐야?

일상에 들어갈 글을 생각 그리고 경험 매거진에 적습니다.

출처 : YouTube


오늘은 대전에 사는 외사촌누나와 조카 3명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오늘이 금요일인데 학교에 안 간다더라. 이유는 물어보지는 않았다.


노트북을 14년을 사용하고 도저히 수리가 불가능해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그냥 조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내 방에서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고, 거실에는 컴퓨터가 없다.


조카 3명이 전부 다 너무 어려서 돌보는 게 난장판인 상황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1번 조카가 나에게 갑자기 컴퓨터를 켜달라고 했다.


뭔가 불만은 아니고, 그냥 나한테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컴퓨터에 뭐가 없어?
"영상" 폴더에 전부 다 다큐고,
드라마 하나 있고, 이거밖에 없어?
게임도 안 해?


그렇다고 해야지 어쩌겠냐 싶었다. 컴퓨터를 쓰는 것은 공부할 때나 뭘 찾아봐야 할 때만 사용한다. 아니면 이미지 검색을 해서 출력을 해서 봐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용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컴퓨터 하다가 끄라고 하고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2번 조카가 나에게 달려온다.

유튜브 갔는데, 이상해.
전부 야구하고, 이거 뭐야?
영어도 아니고?


그냥 특정 외국어라고 알려줬다. 컴퓨터로는 유튜브를 본 적은 없고, 보통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wifi가 무료라서 유튜브를 켜서 시청하지만, 집에서 굳이 유튜브를 본 것은 문고리가 고장 나서 수리해야 할 때 검색해 본 게 전부인 것 같다.


나이가 10살이 안 넘은 아이들이 "알고리즘"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유튜브에도 알고리즘이 있나 찾아봤다.


알고리즘의 원리가 모식도로 그리면 이렇다고 한다.


출처 : 에듀진


뭘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뜨는지도 잘 모르겠고, 일단 검색하는 주제가 한정적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걸 어린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해서 '몰라'라고만 말했다.


외사촌누나가 교육열이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집에 TV도 없고 그렇다는데, 우리 집에 와서 인터넷에 환장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뭘 봐야 알고리즘도 생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도 조카들이 이야기를 해서 보니까 주제가 5가지 정도에 한정되어 있었다.

야구,
수학,
화학,
(특정 외국어),
집수리


생각해 보니 다 관련 검색을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 조금 내 기호를 수집당하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했고, 신박하기도 했다.


외사촌누나들이나 이모들이랑은 많이 껄끄럽지만, 조카들이랑은 그냥 사이가 나쁘지 않고, 솔직히 이 아이들이 왜 나에게 속에 있는 말들을 하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다.


놀리려고 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그냥 나는 뭐 하고 사는지 단순하게 궁금했던 것 같다. 그냥 특별한 거 하는 거 없는데...... 나는 그냥 몸이 좋지 않으니까 남들보다 시간을 더 쪼개서 써야 하고, 그 대신에 아무래도 말을 하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내가 재미가 없는 걸 알면서 왜 이렇게 나랑 뭘 하자는 게 많은지는 모르겠다.


철물점에 가서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사고, 페트병으로 물로켓도 만들어서 넓은 공터에서 날려도 보고, 페트병 2개를 이어서 속에 반짝이를 넣어서 토네이도처럼 물이 쭉 빨려내려가는 것도 보여줬다.


그리고 미니카 모터 싼 거를 하나 샀고, 아크릴 판을 사 와 적당히 잘라서 4개의 발을 플레이트에 달고, 모터에도 아크릴 판을 하나 붙여서 모터가 돌아가는 회전에너지의 방향을 수평으로 바꿔서 앞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더니 조카들이 관심을 가져서 그냥 만들어줬다.


원리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학교에서 선생님이 알려줄 거라고 말했다. 만약에 선생님한테 듣고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벌써 토크(τ)에 대한 것을 알려줄 수도 없고, 힘의 방향이나 세기 혹은 변화 그리고 에너지 보존에 대해서 내가 떠들어봐야 이 아이들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재미있게 놀면 되는 거지 싶었다. 외사촌누나는 이야기해 주라고 하는데, 그냥 내가 멍청해서 모르는데 아는 척을 한 거라고 말했다.


아이들이랑 노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말을 하면 했다고 어차피 욕을 먹을 판이라 그냥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직은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고, 할 상황도 아니지만, 조카들이랑 놀아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식이 만약에 생긴다면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그리고 궁금해하는 부분을 어떻게 이야기해 줘야 할지,
그리고 내가 과연 내 자식에게 막말을 하지 않으면서 설명이 가능할지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어찌 되었건 아이들이 싫어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추가로 적어놓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작가님께서 설명을 간결하게 해주셔서 브런치북 하나를 추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12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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