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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08. 2024

일흔아홉 번째 : 가면 후회할 거라고 했는데......

학교 동기가 진짜 후회를 하고 돌아와서 전화가 왔다

출처 : The Education Daily


저는 화학공학과를 나왔고, 저랑 친했던 여자 동기는 화학과를 졸업했는데, 그 친구가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으려고 할 때 물어보더군요.


(내가 살던 나라)는 좀 공부하기는 괜찮을까?


저도 박사학위는 받아본 적이 없고 게다가 해외라서 지금까지도 그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나, 그 나라 사람인 친구들에게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다 보니,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있는 친구 1명과 수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있는 1명 있더군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대학 동기 하나가 있는데, 유학을 가겠다는데 분위기나 학위를 받는 것에 대한 난이도 등 여러기지를 궁금해한다고 하고는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들의 친구들이나 선후배가 있을 테니 한 일주일 정도 있다가 다 전화를 주더군요.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랬습니다.

1) 여기보다는 미국이 낫다.

2) 여기에서 평생 거주를 하거나 이 나라 국적의 연구소에 취업을 할게 아니라면 해외에서 인정을 받기가 힘들다.

3) 학위 논문 통과에 대해서 그렇게 유연한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이 화학임에도 정말 장기간 체류하다가 나중에 비자갱신도 힘들어질 수 있다.


저도 어렴풋이 비슷한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었고, 대학교 4학년 때 큰 수술을 받기 전에 해외유학을 시도했었는데, 지도교수님이 미국에 있는 대학원을 가라고 강권하시더군요.


저는 일단 당시에 좀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기를 쓰고 해외로 나가려고 했던 상황이었지만, 몸이 아파서 좀 일찍 포기를 했었습니다.


제가 당시에 알아봐 준 이후에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말을 반복하더군요.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러 가는 건데 그냥 무슨 큰일이야 있겠냐고 결정을 지지해 줬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오늘 밖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나 일단 귀국해서 지금 서울이야.


결국 이 친구는 아직 학위를 받지는 못했고 7년이라는 세월을 날려버렸어요.


학위 논문이 계속 통과가 안되니까 장학금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그 나라에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체류비용이 계속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났던 건데요.


제가 잘못한 건 아닌데, 좀 적극적으로 말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냥 저는 미안하다고 했어요.


저한테 무슨 소리냐고 하기는 하는데, 그냥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아프고 인생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생기고 하는 것도 힘들긴 한데,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정말 증류수처럼 불순물 없는 진짜 믿을만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냥 정말 잘되어야 하는 사람이 걸림돌을 만나서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마음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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