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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09. 2024

여든한 번째 : 계산을 해도 오차가 생기는 게 人生

집을 지으면 늙는다는 말보다도,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이 다 의심스러워진다

출처 : wikipedia


저는 인생관이 아주 다른 아버지와 어머니 아래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두 분의 인생관을 대표할 만한 말들이 있어서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아버지 曰 : 노력해도 안 된다면 빨리 포기하고 한계를 인정하라.
어머니 曰 : 모든 것은 끝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부모님을 존경은 하지만,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인생을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어머니 아버지가 결혼하시고 나서의 인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목격자적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지만, 만약 나에게 똑같은 여건이 주어졌을 때,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었거든요.


이건 장난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한국 나이로 8살이면...... 학교를 들어간 나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때부터 부모님처럼은 살기 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부모님이 저한테 한 번도 신체적인 체벌이나 그런 것을 해보신 적은 없습니다. 그냥 아버지는 저랑 캐치볼을 하다가 정말 하늘로 던지고 그러면 주워오라고 웃으시면서 하는 정도고, 어머니는 제가 문구점에 가서 뭘 못 골라서 고민하고 있으면 머리채를 잡으셔서 뭐 하냐고 웃으시는 정도(?)가 다입니다.


밖에서 치열하게 사시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항상 저는 제 이름보다 '누구누구 아들'이나 '그 아비에 그 아들' 혹은 '그 어미에 그 아들'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전부 다 좋은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워낙 부모님이 숫자에 밝으신 분들이라, 숫자 혹은 돈에 제 인생을 끼워 넣는 게 너무 싫었고, 생각도 하기 싫었어요.

그러나 최근에 상황이 좀 급해지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하게는 되더군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잠깐씩 일을 다닐 때에도 "나는 항상 학생이고,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해서 제 의견을 먼저 피력해 본 적은 없어요. 대부분 상대방이 물어오면 대답을 하는 정도의 선이었고,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혹은 정말 제 서명이 들어가는 제 이름과 능력을 걸어야 하는 시점에서는 최대한 냉정하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도 삶은 꼬이고, 병도 찾아오고,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항상 아버지가 저한테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이상한 짓을 하던지 아니면 정말 윗사람을 들이받던지 딱 세 수까지만 내다보면 그다음은 운명에 맡겨.
물론 세 수이상 예측이 가능하다면 너무나도 좋은 거고.


그래서 다른 문제는 세 수는커녕 한 치 앞도 모르겠는데, 금전적인 문제는 계속 검증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제가 "돈"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거나 심지어 은행의 ATM기에서 통장정리를 할 때도 굉장히 예민해진다고 하시더군요.


일단은 제가 예민해지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그냥 단순히 제가 이러는 이유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고 내가 가지기는 싫은데 부모님 이외에 다른 사람이 가지는 꼴도 못 보는 아주 이상하고 기괴한 상황이지요.


최근에 건축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면서 나는 절대로 돈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고, 기술적인 부분만 살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축을 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대한 등기권리를 취득해야 하고, 건축허가도 받아야 하는데, 아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등기 절차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는 법무사가 있으셔서 다행히 일처리를 말끔하게 해 주시면서 건축을 하기 전에 잘 살펴보지 않으면 한순간에 돈이 증발할 수도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 법무사분이 외삼촌도 아시는 분이시라서 저에게 "외삼촌께서는 독립을 하신 건축사이시니 시공사 선정을 할 때 잘 쳐다봐야 한다."라고 하시더군요.


외삼촌이 건축사이시기 때문에 별 생각을 안 하고 있었고, 최근에 큰 고비를 하나 넘겼습니다. 거의 사기를 당할 뻔한 것을 어렵게 틀어막았어요.


그런데 하나를 넘어가면 하나가 또 생기고, 거의 돌기 직전인 상황에 어머니한테 말씀을 드렸어요.

일단 건축설계와 계획을 하는 단계니까 상황이 맞지 않거나 어느 정도 계산이 맞지 않으면, 그냥 이 대지를 나대지로 가지고 있는 것도 고려할게요.


어머니는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금 제가 사는 곳은 완전히 '슬럼화'가 되어버려서 매일매일이 전쟁과도 같습니다. 아파트 곳곳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고성이 오가고, 집 앞에 학교에서는 24시간 공사를 하고......


말 그대로 그냥 혼란의 도가니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인내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건물을 올려야 하느냐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가족의 수가 많지도 않고, 무언가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피로감도 있지만, 신축에 대해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만 가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추석이 지나갈 때까지는 수없이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뭔가 계속 단계를 밟아버리다가 제가 브레이크를 걸어버린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죄송한 마음도 생기고, 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해서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그냥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돌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대한 자중해보려고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일단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뱉아보며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고민을 적당히 가지고 사는 것은 좋지만, 이번을 계기로 그냥 좀 지치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서 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많이 답답한 순간이 계속되는 것 같아서 앞으로 살아갈 엄두가 조금 안나는 시간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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