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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30. 2024

아흔일곱 번째 :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From My Mother

출처 : 디지틀 조선일보

어머니가 일을 그만 두신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중간에 소방수 역할로 단기로 몇 번 일은 하셨고, 대학에 강의도 나가시긴 했는데 그건 아르바이트 수준이라 어머니도 별로 신경을 안 쓰시더군요.


어머니가 퇴직을 하신 후에 생각보다 어머니를 원하는 곳이 많아서 놀랐어요. 왜냐하면 저는 가족이고 별로 어머니께서 특별하다고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더 이상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어요. 퇴직을 하시기 전까지 양쪽 어깨가 너덜너덜해진 채로 계속 일을 하셨습니다. 수술을 받으면 장기간 쉬어야 하는데, 후배들한테도 민폐고, 이미 저를 낳으시면서 사용하신 출산 휴가 한 번으로 족하다고 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퇴직 후에 해외에서 어깨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의사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은퇴를 앞둔 야구선수도
당신보다는 어깨가 괜찮을 겁니다.


외국어를 번역하다 보니 의미전달로만 이해해 주세요. 당시에 굉장히 수술해 주신 선생님께서 걱정스럽게 이야기하셨어요.


요즘 정치적 이벤트가 생겨서 어머니가 부탁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필터링을 조금만 해서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Calm(가명) 아빠가 나한테 "정치하는 사람들은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이라더라.
그리고 난 내 전문분야 이외에는 관심도 없어.
나이 먹고 사바사바 하기도 싫고,
지금 나한테 하라고 하는 게 내가 전직 (특정직업)인데,
뭔 상관이냐?


전에 하도 어머니가 제 핑계를 대서 고사를 하신 경우가 많아서 아들 때문이냐고 하니까 어머니가 또 이러시더군요.

이젠 우리 아들은 멀쩡한데, 내가 그냥 싫다.
너네가 안보태도 나 집 짓는 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은 없지만,
오빠하고 아들하고 온 정신을 다 쏟고 있는데,
내가 딴 거 할 수가 있겠니?


어머니한테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진짜 나 때문이거나 집 때문이면,
정말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면 해봐.
어차피 엄마가 벽돌 나를 것도 아니고 엄마 할 일 하세요.
장난이 아니고,
내가 앞길 막는 모양새는 좀 아닌 것 같아서......

어머니께서 이러시더군요.

넌 어린놈이 낄끼빠빠도 모르냐?
거기 가서 내가 뭘 할 수 있으며,
이제 나는 지는 해고,
다 놓고 편하게 살고 싶어.


이해는 갑니다만......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가심에 대해서 그냥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심적으로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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