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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Sep 30. 2024

아흔여덟 번째 : 싸울까 봐 대신 전화를 부탁했는데

성인인데 왜 보호자가 전화하냐고, 정신질환이 있냐고 물었단다

출처 : 교보문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나에게 큰 문제는 없었다. 고등학교를 다 다니고 졸업을 하면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어서 정신과에 다녔는데요. 당시에 정신과 선생님은 나에게 최선을 다 하셨고, 점차 약을 끊어가는 찰나에 다른 곳에 큰 문제가 생겨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다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왔음에도 당시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서 수월하게 치료는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당시 정신과 선생님은 '적극적인 회피'를 주문하셨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누구랑 싸우라고 하면 싸우겠는데, 싫은 사람과 통화하는 것은 정말 못하겠어서 당시에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중요한 거 아니면 대신 전화해 달라고
다른 사람한테 부탁을 좀 해보자.


조언을 주셔서 생각보다 부담도 많이 줄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병원에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내가 통화를 해야 할 간호사는 나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간호사였는데요. 병원 치료가 끝나고 나오는데, 다음 예약은 언제라고 이야기했고, 의사 선생님이 보면서 다른 비급여 치료를 하자고 하셨는데 자기 멋대로 비급여 치료 예약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다른 비급여치료를 안 받겠다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평상시에 나랑 사이가 별로인 사람이었고, 주인 없는 밭에서는 완장찬 마름이 왕이라고 약간 호가호위하는 스타일의 간호사였습니다.

* 호가호위(狐假虎威) :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 전국책의 <초책(楚策)>에 나오는 말로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한참 고민을 하다가 어머니가 예약 취소 전화를 드렸는데 돌아오는 말이 이랬답니다.

성인인데 말을 왜 못 해요?
정신질환 있으세요?


어머니는 사정 설명을 하고 나서 전화를 끊고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 간호사는 필요 없는 거를 왜 물어보는 거지?
다음 예약날에 병원 갈 때 조심해.
시비걸 것 같은데?


그냥 아예 정신 나간 척을 하겠다고 했어요. 의사선생님하고만 이야기하면 되고, 어차피 평상시에 안 좋았던 사이가 갑자기 좋아질 수도 없으니까요.


하여튼 어머니만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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