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우리 집까지 여파가 오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오늘 점심에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매일 일과가 거의 비슷합니다.
공부-병원-공부-건축정보 확인-공부-취침
이런 순서로 주간에는 돌아가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병원 정도를 안 가거나 응급실을 이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0대나 20대였을 때보다는 줄었지만, 30대가 되면서는 큰 게 하나씩 오더군요.
그래도 최대한 비급여 치료를 적게 하면서도 어찌어찌 버텨내고 있습니다.
비급여로 하면 편하게 넘어갈 것들을 생고생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그냥 제가 그래도 집에 경제적 출혈을 더 주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는 편입니다.
요즘 사람들 말로 제가 앞에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대출 제로에 현금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우리 집은 정기예금이 연 1%대를 할 때에도 그냥 현금으로 놔뒀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저는 바보 멍청이에, 안 그래도 많은 외사촌들이 지나가면서 한 번씩 쌍욕을 박으면, 아무리 흘려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가 없어요.
그러던 와중에 올해 초부터 계속 이모께서 저에게 돈이야기도 하시고, 고3담임한테 제가 협박당한 것을 약점 잡아서 자꾸 우리 집 재산의 규모를 알려고 하셔서 당시에 이렇게 말씀드렸었어요.
이모도 아시다시피 저는 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저는 지금 생활에서 큰 변화를 원하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그래놓고 뒤에서는 어머니랑 매일 2시간씩 대책회의를 거의 4개월 정도 진행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결심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금을 일단 다른 수단으로 묶어놓자.
묶어놓는다면, 설마 엄마나 제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서 꿔달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디데이를 정해놓고 계속 보안유지를 하면서 돈을 한 번에 다 쏟았어요.
그렇게 집을 신축할 토지를 취득하고 나서 어머니와 저는 몰아서 욕도 먹고, 망할 거라는 저주도 심심치 않게 들었어요.
그런데 점심식사를 하다가, 어머니가 저한테 이러시더군요.
이제는 니가 나보다 눈치가 훨씬 빠르네.
다 가져가도 되겠네.
외사촌형이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 다니면서 뭘 했는지, 세금체납과 더불어 지방에 있는 자기 집까지 압류를 당해서 완전 알거지가 되기 직전까지 와있던 것을 어머니께서 듣게 되셨어요.
어머니가 저한테 의사를 물으셨을 때 제가 몇 마디 안 하고 여쭈어봤어요.
지금 당장 착한 막내동생이 되고 싶으신지,
아니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도 변함없는 삶을 살고 싶으신지,
이 돈이 다 어머니껀데 그건 선택을 하시라고......
어떤 선택을 하시던 무조건 따를 텐데,
개인적으로는 같이 침몰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전부터 징후는 있었고, 이모가 돈 구하러 다니시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마 아버지 형제들이 우리 집 재산을 가져가려고 했을 때, 이모가 다른 외삼촌들처럼 그냥 지켜봐 주셨다면, 저도 그냥 출혈을 감수할 의지가 있었을 텐데 당시에 이모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지금 [첫째 딸 이름]은 결혼했고,
[둘째 딸 셋째 딸 이름]은 결혼해야 하는데,
재산싸움한다는 걸 사돈이나 사돈 될 사람들이 알면,
우리 자식들 인생 망치니까
너네가 돈을 포기해.
당시에 우리 가족은 어떤 대답을 할 수도 없었고,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을 수도 없었어요.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342
제가 위의 글에서 정말 인생은 돌고 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적었지만,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한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입장이 바뀌다 보니 정말 조심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한테 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는 Calm(가명)이 [외사촌형 이름]처럼 좀 잘 놀고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왜 저렇게 조심하고 위축이 돼서 사는 건지 이해도 안 되었는데,
오늘만큼은 진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니가 저러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그냥 우리는 지켜보자.
과거에 언니가 나한테 이상한 말을 했다고 과거 일을 들먹이면서 끄집어낼 필요도 없고,
가족이니까 무사히 앞으로 올 어려운 시간을 잘 넘겨내기를 바라는 것만 하자.
저는 그냥 다른 복수심이 더 생기고 화가 났는데, 어머니를 보니 제가 아직도 미성숙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