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의 1800여 일의 시간을 보내면서 1차적 마무리를 하기까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적은 있어도, 남한테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는데요.
보통 청소년기를 보내는 시간 정도가 6년이라고 보면, 1800일 동안 저는 죽음의 청소년기를 다시 보낸 기분입니다.
단지 저를 괴롭히던 학생 놈들은 외사촌누나들 중에 몇 명으로 바뀌고,
저를 황천길 입구 직전까지 몰고 간 선생은 이모들로 바뀐 정도가 되겠네요.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예전에 저랑 친하게 지내던 남자 동기 하나와 여자 동기 하나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너는 왜 말도 한마디 안 해본 사람한테 그렇게 씹혀?
사실 이 말을 제가 고등학교 때 친구한테도 들었던 말이고, 심지어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한테도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어머니한테도 들었어요.
그냥 삶의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서 저는 그냥 토론형 수업 이런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입니다.
잘못된 길로 가기 아주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가 저에게 수학문제를 물어봐도,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제가 알고 있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알려준 게 틀리면, 분명히 따지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친한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는 해주지만, 항상 끝에 단서를 붙였어요.
내가 선생이나 교수가 아니니까 이거 그냥 이해가 안 되면,
교수님한테 가서 한번 물어봐봐.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게 일단 경제교육과 더불어서, 저에게 있어서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중요한 교육이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말을 안 하거나 모른다고 대답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자꾸 제가 은폐를 하고 숨긴다는 식으로 오해가 생기더군요.
그리고 저랑 말도 안 해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저를 잘 씹어대는지 저도 모르겠고, 막상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저를 씹어대는 인간에게 물어봤을 때에도 말도 안 되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냥 싫어.
무슨 애도 아니고,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은 돌고 돈다고,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 말도 안 되는 경험을 잘한 덕분에 이번에는 정말 참다가 이가 금이 가서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참아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슬펐어요.
1800일이 지나서 돌아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는 정말 어항에 갇혀서 사는 금붕어 같이 같은 곳만 돌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항상 버티려고만 했던 저에게 새로운 것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슬픔 그리고 인간적인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쌍욕이나 박아가며 옆에서 참견하는 친척들을 통해서는 정말 아직도 '막내'라는 편견에 갇혀서 우리 가족을 바라보는 그런 시선과 인식 그리고 행동들이 너무 싫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아버지 형제들이 우리 가족의 재산에 손을 대려고 해서 법정싸움을 크게 하고 난 뒤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같은 상황을 다시 10여 년이 지나서 다시 맞이한다는 게 참 세상은 변하는 게 없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좀 지쳤다고 해야 하나요?
아마 지금 어머니가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시는 거 아닌가 해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체력이 저보다 좋으시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절대적인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그냥 기분이 왔다 갔다 하시는 게 예전보다 심하시기는 하지만, 동년배의 사람들로 비춰본다면 거의 마음이 상대적으로 요동치지 않으시는 편으로 봐야 될 텐데요.
그래도 저는 항상 침착한 어머니만 봐왔기 때문에, 요즘 적응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저한테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맡기려고 하실 때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가 친한 선배가 했던 비유를 조금 여기에 곁들여본다면......
손흥민이 갑자기 축구 안 한다고 하고,
갑자기 다른 선수한테 주장 완장 채운 다음에,
네가 주장하라고 하는 거 하고 같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야구로 따지면,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국제대회 나가서 최동원 혹은 선동열 투수가 갑자기 선발 안 던진다고 하고,
고등학생 투수 내보내는 격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결혼을 안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저는 아직 부모한테 견줄만하지 못하다는 잠재적인 생각 때문인 건지 모르겠는데, 무의식적으로 멈춰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도 저한테는 아니 최소한 제 생각으로는 이렇거든요.
아버지는 일반인하고 다른 아주 쉽고 간단한 해결책을 냈던 사람으로 비치고,
어머니는 항상 위기상황을 안전한 상황으로 컨트롤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저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소방수 역할을 할 만큼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1800일 동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일단 하나의 산을 넘어갑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326
무엇을 해도 죄스럽고, 무엇을 해도 부모님 만큼 안 되는 것 같은데, 왜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고 오히려 요즘은 그냥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그냥 지금 잘하고 있고,
지금 부모가 너를 잡아먹는 격이라는 거 다 아니까 정말 미안하다.
솔직히 부모한테 잡아먹히는 기분이라기보다는,
항상 저한테 '너는 안된다'라고 했던 과거에 잡아먹히는 기분이 더 강합니다.
제가 역사의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누군가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최소한 같이 사는 사람들하고는 편하게, 그리고 최소한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거나 놀러 오면 편하게 있다가 갈 수 있게끔 하는 정도의 사람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릴 때는 그렇게 했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배신도 당해보고 그런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제는 저도 30대니까 조금 벗어나봐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적당히 집에 있는 가산이나 관리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반백수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 부산에 사는 제 친구는 저보고 돌았냐고 하거나 욕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이번에 너무 인간적으로 초라해지기도 하고, 직장에서 느낄 수 있거나 혹은 정말 날것의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모멸감을 너무 많이 느껴서 저도 다 싫어지려고 하는 과정에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살아갑니다.
정말 공부를 해보지도 않은 것들을 하면서 그냥 사람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보이는 것에 얼마나 집착을 하는지, 그대로 바라봐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지 많은 생각을 해보고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그쪽으로는 완벽하게 어그러져 버린 것 같아서 앞에 '반백수'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었을 때 받아들일 준비도 충분히 하고 있어야 저도 상처를 덜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동치지 않는 삶을 살기를 원했는데, 의도치 않게 항상 태풍 주변으로만 다니는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부디 제 닉네임이 Calm인 이유도 조금 고요하게 살고 싶은 이유가 큰데, 고요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