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Apr 08. 2024

여덟 번째 : 다르면 예민하다고 몰아가는 세상

주변에서 예민하다고 치부하던 사람이 예민한 게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난잡하고 있고, 과거에는 시정잡배들이나 하던 말들을 공인들이 하고 있으며, 문화와 언어 그리고 사회현상까지 너무 변화가 빠릅니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결과물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예민하고 공격적입니다.


그러나 참 신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일의 징후(徵候) 혹은 조짐(兆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회피하거나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빠르게 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대학교에서 모 교수님이 수업에서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나는데, 위기상황이 오지 않게끔 혹은 오더라도 최소한의 Damage Control(수습책)을 담보하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눈으로 쳐다보고, 국제 산업 기준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설계와 운용을 하면서, 더 엄격하게 유지와 관리를 해야만 향후 30년을 대비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을 친척 중에 한 분에게 했을 때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야, 지금 1년도 대비가 안되는데, 무슨 30년을 대비하고 그러냐? 지금이나 잘하고 사는 게 중요하지."


위 대답의 요지는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이실 텐데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대답을 한 두 번 들은 것도 아니라서 '내가 너무 벌벌 떨면서 사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어떤 일의 징후(徵候)가 충분히 보이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국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그리고 매번 조금씩 이야기하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생각이라도 하겠지.'


그러나 제가 너무 큰 꿈을 꾼 것일까요? 얼마 전에 집에 조금 위기가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싸우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가 집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상황인데요. 사전에 가족끼리 다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라 생각대로만 상황이 흘러가준다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상황이 진행이 진행이 될수록 어떻게 해야겠다는 단계적인 사고(思考)는 다 완료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완전무결한 무오류의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확인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확인을 해줄 사람도 없었고, 제가 무슨 말만 꺼내면 마치 전염병 병원균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피하고, 연락을 끊어버리고, 요즘 말로 손절도 당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그와 동시에 다른 문제로 부모님과 사소한 언쟁이 또 있었습니다. 하나 해결하기에도 내 능력이 지금 모자라서 쥐어짜 내고 있는데 계속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서 좀 많이 속상했습니다.


부모님과 사소한 다툼이 있는 건 있는 거고, 일단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발생한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계속 생각을 하다가 한걸음 한걸음(step by step)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짧게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 파악당하면 안 되는 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호 -> 연락이 오면 문답을 줄이기(6개월에 100%에서 10% 수준으로) -> 새롭게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호 -> 연락을 줄이며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보기


짧게 적었고 어렵지는 않지만 아주 까다롭고 번거로운 문제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어머니께서는 무슨 007을 찍냐고 하시더군요.


일단 문제가 될만한 상황은 발생했고, 부모님께 제가 "------하니 ------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어도 실전에서는 언제나 돌발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실수했을 때를 대비한 여유분도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이번 일에서는 그러지 않았지만, 밖에 나와 직무를 수행하는 상황이 왔을 때 사적으로 친한 사람 말고, 공적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패턴은 일정합니다. 저는 항상 예민한 사람 취급을 당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저는 정말 큰 방패를 잡고 혼자 벌판에 서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후에 전부 저한테 막으라고 떠미는 그런 형태라고 해야 할까요? 집에서 그런 일이 안 벌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밖에서 보다는 확실히 빈도수가 적어서 '왜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항상 해왔습니다.


하여튼 말이 좀 많았던 것 같고, 좀 유명하신 분들이 "현재를 살아라." 혹은 "과거를 잊어라."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과거는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실수를 좀 덜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생각보다 잘 변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좀 깐깐하지만 거짓이 없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낫지,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인 사람하고 일을 하거나 관계를 맺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요지는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는 건데, 갑자기 사람이 착해질 수도 없고, 갑자기 사람이 악마가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요즘 좀 당황스러워서 중언부언(重言復言)해서 했던 말을 또 하고 지금도 얼떨떨한데요. 오늘은 질문을 던지기보다 주변에서 예민하다고 치부하는 분들이나 치부되는 분들께 한마디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예민하신 분들은 예민한 게 아닙니다. 조금 남들보다 문제를 통해 벌어질 상황을 파악하는 게 빠를 뿐이에요.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정상인이라고 참칭(僭稱)하는 사람들은 결국 다시 예민한 사람들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람이라면 특정인에게 예민하다고 치부하지도 말고, 서로 조심하면서 살면 예민하다고 치부할 필요도 없고, 예민하다는 사람도 예민해질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곱 번째 : 정체가 궁금한 옆집 그리고 관리사무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