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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레시피 1-1

5평 보다 큰 행복 1

by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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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첫째와 유치원생 둘째와 함께 우리 가족은 덜컥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매주 아이들과 조금은 수월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4월 둘째 주쯤 우리는 다른 텃밭 지기에게 분양되고 남은 땅으로 약간은 늦은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대개 3월 말부터 시작되는 주말농장의 일정에 맞춰 부지런한 선배 텃밭지기의 텃밭에는

싹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산비탈 바로 아래 자리를 잡은 우리의 5평 텃밭에 '우리 농장'이라는 푯말을 꽂고 삽이며

호미를 빌려 돌무더기를 파헤치고 땅을 고르고 다지기 시작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면서 집 주변의 주말농장에서 우리의 첫 번째 텃밭 만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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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상추나 쑥갓, 시금치, 아욱 등을 뿌려요.

좀 있음 토마토나 오이를 심어도 되고요. 감자도 한편에 심어보세요."

농장주의 조언에 따라 씨를 뿌리고 나중에 심을 감자를 위해 텃밭 한켠을 남겨 두었다.

약간 늦게 시작된 텃밭 생활이지만 설레는 마음은 한가득이다.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을 고 씨앗들이 궁금해져 자꾸만 주말이 기다려지고 궁금한 우리였다.

주말에 찾은 텃밭엔 한 주 밖에 안 된 아주 작은 싹들이 올망졸망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오면 부쩍 자라는 녀석들 덕에 매주 농장에 들러 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직은 뽑아야 할 잡초도 많지 않아 정리할 것도 없던 우리는 농장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한다.

주말농장 입구에 토끼우리와 그 옆에 자리 잡은 나무그네가 보인다.

적당한 그늘이 있는 평상과 적당히 부는 산들바람과 산의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뿌린 씨앗과 함께 자라난 잡초들도 살짝 뽑는다.

몇 주 후 조그맣고 앙증맞게 자란 여린 상추와 쑥갓을 뜯어 난생처음으로 고기파티도 해본다.

"우리가 키운 야채로 쌈을 싸먹으니 더 맛있는 거 같아."

아이들 말대로 우리의 정성이 들어간 맛이어서 그런지 다 맛나는 듯싶다.


markus-spiske-sFydXGrt5OA-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rkus Spiske



넘치도록 자라나던 상추나 쑥갓 등을 뽑고 그 자리에 감자를 심어보기로 했다.

씨눈이 붙은 씨감자를 30cm 간격을 두고 땅을 파서 씨눈이 위로 오게 하고 흙을 덮어 주었다.

감자꽃이 피고 줄기가 노랗게 변하여 시들어 가고 감자를 캘 때가 되었다.

처음 본 감자 꽃만큼 감자 수확도 기대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감자 줄기와 잎 부분을 제거해 주고 주변을 호미로 조심스럽게 캐기 시작한다.

재미 삼아 감자 한 줄기를 뽑아보니 감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캐낸 감자 주변을 살살 파헤쳐서 살짝 숨어있던 감자들도 하나씩 찾아낸다.

굵고 자잘하고 못난이 감자들도 많지만 캐내기 시작한 감자로 금세 한 바구니가 채워진다.

markus-spiske-484GsKrL5r8-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rkus Spiske


텃밭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자캐기다.

감자들이 줄줄이 딸려나올 때의 기분이 그렇게 좋을줄은,

고 조그마한 녀석들이 알알이 붙어있다는 것을,

고 녀석들이 얼마나 기특한 줄도 텃밭 덕분에 기꺼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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