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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추억

텃밭은 언제니 좋다

by 이레


주말농장을 하고 난 후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지나다 만나게 되는 초록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
구획을 나누어 심어져 있는 녀석들 곁을 지나며 맘 속으로 상상해 본다.


길 가장자리에 주르르 심어져 있는 옥수수...
그 달큰한 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고구마는 땅을 돋우고 검정 비닐을 씌운 안쪽에서 치열하게 자라서 늦가을 수확의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지지대 곁에 자리잡은 덩쿨식물들은 한 계절 내내 잊지 않고 꾸준히 결실을 내어줄 것이다.

오이, 토마토,,, 고 녀석들의 생명력을 보여줄 넝클들 위로 존재감을 드러낼 결실들.


오늘은 낯선이의 텃밭에서 흔하지 않게 자리잡은 포도넝쿨도 보았다.
아직은 아기넝쿨이라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에는 부족할 수 있어도 그 여린 생명에게 응원도 보냈다.

텃밭 한쪽엔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상추가 키를 높여 자라고 있었다.
씨를 뿌리고 이미 여러 번 수확의 기쁨을 누린 듯 키를 높여 자란 상춧대에 자리한 따먹은 흔적들...


쑥갓은 이제 따 먹은 만큼 수확을 안겨줬다는 듯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몸만 크고 이제 익으려 하고 있는 방울 토마토들...


감자는 무성하게 뻗어 좀 있음 풍성한 수확을 안겨줄 것이다.
길게 자라날 고춧대를 지지해 줄 지지대도 동무처럼 나란히 반갑다.
아직은 속으로만 여물어가는 고추들이 익어갈 날을 채워가고 있다.


풍성한 잎들 아래 자리하고 있을 고 빨간 비트 녀석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제 내 것은 아니어도 고 녀석들을 키우기 위해 준비하던 수고로운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잘 자라준 내 아이 또래 아이를 보는 듯 흐뭇함이 내 맘에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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