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너무 무거우진 후 모처럼 잠에 푹 빠진 참이었다.
여느 때와는 같은 듯 살짝은 다른 아픔이 느껴졌다.
송곳으로 아랫배를 훅 찌르는 통증...
"저녁 먹은 게 소화가 덜 됐었나?"
습관처럼 화장실로 향하지만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은근한 통증...
쏴아아~ 쏟아지는 물소리와는 딴판인 애매한 결론이 나고 다시 침대로 향했다.
끄응~ 허리에 손을 올린 채로 앉으니 침대가 삐그덕 내 몸 같은 소리를 뱉어냈다.
으~ 소리와 함께 돌아누우며 막 잠이 들었던 때 또 은근 묵직한 통증이 찾아왔다.
"아까 한 번에 끝낼 일이지. 몸도 무거운데 또 일어나야 돼?"
터덜터덜 걸어 도착한 화장실에서 또다시 해결 못 한 문제를 안고 침대로 향하면서 한 번씩 짓누르는 통증이 못내 미웠다.
한 번 자리잡고 누우면 일어나기 힘드니 이번에는 베개를 곧추세워 기댄 채 살짝 졸았다.
세번째 비슷한 통증이 찾아오고 이젠 본격적인 짜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해결하고 말리라 결연한 태도로 향한 화장실에서 마침내 찾아낸 복통의 이유...
살짝 찾아온 출혈로 깨달았다.
이것은 아기가 나온다는 신호였다.
통증을 느끼고 처음 눈을 뜬 이후로 시간을 헤아려 보니 거의 한 시간 간격이었던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어도 무엇인지 모를 통증이 산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해 본 것이었다.
갑자기 머리를 땡 하고 맞은 듯 정신이 차려졌다.
머릿속이 분주히 돌아가며 병원 가기 전 해결해야 할 집안일이 떠올랐다.
빨래를 탈수하고 널어야 하고 당분간 씻지 못할 것에 대비해 샤워도 하고 청소도 해야겠다.
샤워를 끝내고 널어놓은 빨래에서 은은한 향기가 맡아졌다.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한 번씩 쑤욱 통증이 들어오지만 몇 초만 지나면 거짓처럼 사르르 사라진다..
병원으로 향하기 전 반짝반짝은 아니어도 얼추 끝낸 집안일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다행히 출산가방은 미리 챙겨두었다.
주섬주섬 출산가방을 챙기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길 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에서 은은한 향기가 맡아졌다.
쿠웅~ 현관문이 닫히고 다른 시작을 향해 병원을 향했다.
진통이 와도 집안일 하고 갈 수 있다더니 나도 집안일을 너끈히 하고 갈 수 있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