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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May 31. 2024

하루 세 시간 핸드폰을 꺼두어 볼까?

너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

"오늘은 아들과 시간 보낼 때 핸드폰을 보지 않겠어!!"

 분명 다짐했는데 어느새 내손엔 핸드폰이 들려있고 내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다. 아들은 나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고 있지만 내 정신은 핸드폰에 팔려 아들이 하는 질문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요즘 망각하고 사는 것이 있다. 하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산다면, 하루의 삶은 아마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큰다는 것을 계속 생각한다면,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서 함께 보내는 몇 시간을 아마 그렇게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가끔씩 저 사실이 떠오를 때면, 오늘은 정말 집중해서 아들과 놀겠어!라고 다짐해 보지만, 내가 재미없어하는 보드게임을 가져오며 같이 하자는 아들과 마주하면, 옆방에 두었던 핸드폰을 챙기러 가던, 읽던 책을 챙기러 가던, 나는 보드게임을 하며 같이 할 다른 것들을 찾아 나선다. 아들과 노는 시간이니 아들에게 집중하겠어!라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저 재미없는 ㅂㄹㅁㅂ을 또 한다니..'라는 생각에 빨리 파산해서 아들의 승으로 게임을 신속하게 마칠지, 보드게임을 하며 다른 짓을 할지 내 머리는 바삐 움직인다. 


"놀아준다"는 생각에 재미가 더 없는 것일 수도 있어, "함께 즐기기"위해 다른 보드게임도 사보고, 다른 것을 하자고 꼬셔보기도 하지만, 새로 산 보드게임은 어른인 우리에겐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 7살짜리 아들보다 훨씬 짧다. 


종종 아들과 진짜 재밌게 놀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신나고 아들도 신나서 깔깔거리고 함께 웃게 된다. 어느 날은 잘 시간이 되어서 자러 갔는데 아들이 나를 바라보며 오늘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얘기했다. 눈을 초롱거리면서 웃는 아들을 보면서 "그래, 우리 내일도 재밌게 놀자"라고 얘기했지만, 매일 그렇게 놀기는 쉽지가 않다. 나와 7살짜리 아들의 관심사와 하고 싶은 일은 나와는 너무 다르기에..




요즘 부쩍 아들이 내 앞에서 웃긴 춤을 추면서 나를 깔깔 웃게 만든다. 처음에 출 때는 저런 춤은 어디서 배웠데 라는 생각에 남편과 배꼽을 잡고 웃었었다. 그 뒤로도 아들은 종종 우리 앞에서 웃긴 춤을 추었다. 처음만큼 웃기진 않았지만, 출 때마다 웃겨서 깔깔 웃었었다. 어느 날 아들이 핸드폰을 보는 나를 부르더니 웃긴 춤을 추었다. 그 순간 "아! 너도 나를 웃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만 아들이 좋아하는 걸 같이 하느라 시간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들도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내가 기분이 좋고, 행복하고, 흐뭇함을 느낄 때는 아들이 즐거워서 깔깔거리고 있을 때이다. 그 모습이 좋아 더 웃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더 재밌고, 더 즐겁게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것이고, 아들에게 집중하고 싶은 것이다. 거기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간다. 불과 1년 전 사진만 봐도  "이렇게 조그마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더 커서 이제 더 이상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는 날엔 지금처럼 내 품에 쏙 들어가는 내 아들은 더 이상 없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내가 매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과한 욕심을 부렸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계속해서 즐거울 수 있는 것 자체는 존재하지가 않는데 말이다. 어떤 즐거운 것도 계속하다 보면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강도의 즐거움을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을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집중하는 건 필요하다 생각한다. 핸드폰에 정신 팔리지 않고, 아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눈을 맞추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말이다. 


6시부터 9시까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내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3시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 궁금하다. 


사진: Unsplashcharlesdeluv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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