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야날자 Jun 13. 2024

하와이 쉐이브 아이스, 오스틴 스노우 콘

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예전에 하와이를 갔을 때 남편이 하와이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가게를 가자며 나를 데리고 갔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바깥까지 길게 늘어진 줄을 보며 정말 맛있는 집인가 보다 생각하며 한껏 기대하며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줄을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을 살펴봤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여러 색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얼음이었다. 얼음을 갈아서 위에 각양각각의 색상을 가진 시럽을 뿌린 것은 하와이에서 유명한 쉐이브 아이스였다.


직원들의 쉐이브 아이스를 만드는 손놀림이 너무 빨라 감탄하며 바라보는 사이 내 차례가 되었고, 나랑 남편도 각자 하나씩 주문하고 밖으로 나와 앉아서 한입 떠먹어봤다. 사실 나는 이걸 먹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게 뭐야! 왜 유명해?"였다. 얼음을 갈고 그 위에 불량식품 같은 색소를 뿌린 이 음식은 생각보다 가격이 셌고, 어릴 적 편의점이나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슬러시를 생각나게 했다. 슬러시와의 차이라면 슬러시는 처음부터 색소를 넣고 물이 얼음 결정이 되지 않도록 얼려놓은 것이라면 쉐이브아이스는 우리가 빙수를 먹듯이 얼음을 갈아서 그 위에 원하는 색소를 3-4개 정도 섹션을 나눠서 뿌려준다는 것이었다.


유명하다고 하니 먹어봤지, 사실 나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한 쉐이브 아이스를 몇 년 뒤 텍사스 오스틴에서 잠시 살았을 때 다시 만났다. 미국 동부에서 한참 살았던 나는 쉐이브 아이스를 동부에서 본 적이 없었다. (검색을 해보니 나오기는 했지만, 오며 가며 볼 수 있는 가게가 아니다 보니 찾아볼 생각도 안 했었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하와이에서만 파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인가 보다로만 생각하다 텍사스에서 보고는 "이게 여기서도 파네!"라고 생각했다. 텍사스에서도 쉐이브 아이스 (텍사스에서는 스노우 콘이라고 더 자주 불렀다.)는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스노우 콘을 파는 곳 중에 유명한 집들은 더운 여름엔 항상 줄이 길었고, 행사에 가보면 스노우콘을 파는 푸드 트럭은 몇 트럭이나 와있었고, 모든 곳들이 줄이 길었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 손에 하나씩 스노우콘을 들고 있곤 했다.


예전 하와이에서 먹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 나는 먹어보려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아들이 좋아할 것 같다면서 스노우콘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시키지 않고 한 숟갈정도만 맛을 보고는 둘이 먹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게 맛있냐?" 이런 얘기도 덧붙였던 것 같다. 거기다 색소로 먹고 나면 입과 혀가 모두 내가 고른 색소의 색상으로 물드는 걸 보며 "역시 불량식품!" 이란 생각을 굳혀갔었다.


아들은 스노우콘을 한번 먹고는 날씨가 더운 날엔 종종 스노우콘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종종 스노우콘을 먹겠다는 아들을 데리고 스노우콘집을 들락거리다가 더웠던 어느 날 목이 너무 말라 그날은 나도 스노우콘을 하나 시켰다. 상큼한 맛을 주는 flavor 들로 골라서 색소를 뿌렸고, 그날따라 아주머니는 라임즙을 짤 거냐고 물어봐서 해달라고 말을 했다. 생 라임을 반으로 잘라 라임을 짜는 도구에 넣고 라임을 쭉 짜서는 나와 아들에게 하나씩 주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한입을 떠먹는데, 갈증이 딱 가시면서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 이게 이렇게 맛있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입 두 입 먹다 보니 바닥이 보였고, 내가 너무 빨리 먹어 아들은 아직도 반이나 남아있었다.


한번 스노우콘의 맛을 알고 나서는 더운 날 아들을 픽업할 때면 내가 먼저 "오늘은 스노우콘?"이라고 말하며 스노우콘집으로 향했다. 먹고 나면 더위도 좀 가시면서 갈증해소도 해 주어서 더운 날이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다시 동부로 이사 와서 스노우콘을 잊고 지내다가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더웠던 어느 날, 아들을 픽업해 오면서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 같은 날 스노우콘 먹으면 딱인데" 아들은 주변에 있는지 검색해 보라고 했고, 검색해 보니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차 타고 한참 가야 하는 곳에 있어 먹으러 가지는 않았다. 이제는 날이 더운 날 아들을 픽업해 올 때면 스노우콘이 떠오른다. 내 입과 입술, 혀를 빨갛게 파랗게 물들이던 그 얼음과자가 더웠던 텍사스의 여름더위를 한풀 꺾어줬었다. 불량식품이라 느끼며 맛없다 생각했었지만, 추억이 하나 얹히니 추억의 음식이 되어버린 스노우콘이 더운 날이면 생각난다. 그리고 아들과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의 바뀌는 입술색을 보며 웃음 지었던 그날들이 함께 떠오른다.



이전 07화 하루 세 시간 핸드폰을 꺼두어 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