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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Jul 06. 2024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

다음번엔 어디에서?

깜깜한 밤이었고, 나는 아빠차에서 잠이 들었다가 깼다. 엄마와 아빠는 초행길이었는지 길을 찾는데 애를 먹고 계셨다. 엄마는 아빠 옆에서 지도를 펼쳐 들고 있었고, 아빠는 잠시 차를 세워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고 있었다. 조금 가다가 다시 한번 길을 묻고는 좁은 골목길 어딘가에 차를 세우시고 아빠는 확인하고 오시겠다고 하시면서 차에서 내렸다. 긴 시간 차를 타고 있던 우리 모두도 찌뿌둥한 몸을 펴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나는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밤하늘엔 별이 쏟아지게 많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을 처음 본 나는 어린 나이었지만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봤다. 서울에선 북두칠성과 북극성외에는 다른 별들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곳에서는 별들이 너무 많아서 북두칠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이 쏙 빠지게 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빠가 돌아왔고, 여기가 맞다면서 조금 더 가서 차를 세워야 하니 다시 차에 타라고 하셨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탔고, 어느 집 앞에서 모두 내렸다. 그 당시 엄마아빠가 찾아뵈어야 하는 어떤 지인분의 집이었고,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많이 늦은 시간이었기에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자야만 했다. 멋진 하늘을 다시 보고 싶던 나는 잠시 마당에서 하늘을 다시 한번 쓱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 내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이 없던 것으로 봐서 (나와 동생은 거의 7살 차이) 5살쯤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지만, 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그날 내가 바라보던 하늘을 다시 보게 된다.




다시 한번 직접 보기를 바라며 몇 번 엄마아빠에게 그곳을 물었지만, 왜인지 지명은 항상 내 기억에서 금방 사라져 버렸다. 다시 그곳에 간다고 해서 예전처럼 많은 별을 볼 수 없을 것이다란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많은 별을 다시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살다가 대학교 2학년 때 몽골을 가게 되었었다. 울람바토르에서 차로 13시간 정도 떨어진 어느 마을에서 나는 다시 한번 쏟아지는 별을 보았었다. 빼곡히 밤하늘을 채운 별들과 은하수가 보였고, 그 당시의 최첨단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지만, 밤하늘을 담을 정도의 화질은 택도 안되던 카메라엔 시커먼 장면만 남았을 뿐 별을 하나도 찍지 못했다.


그 멋진 광경을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뭐가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칠흑 같은 어둠에서 길을 따라 걷기 바빴고, 간혹 하늘을 바라보며 별들을 봤지만, 길을 제대로 따라가는 것이 더 급선무였기에 땅을 더 많이 보며 종종걸음으로 숙소로 향했었다.




이 두 가지 장면이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별을 본 날 들이다. 기억이니 내 안에서 여러 번의 편집과 포토샵처리를 통해 장면에 많은 필터링이 되었겠지만, 어린 시절 별을 본 날은 별이 반짝거리는 빛이 너무 강했기에 주변이 어둡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몽골에서는 은하수까지 보일 정도로 별이 많았는데도 주변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기후나 위도, 경도의 차이 때문이었을 수 도 있고, 내 심리의 차이였을 수 도 있지만, '별' 하면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론강에 비치는 별빛'(개인적으로 론강에 비치는 별빛을 더 좋아함)보다 내 기억 속의 두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환경오염과 밤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들로, 별이 많은 밤하늘을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점점 더 보기 힘들지만, 다시 한번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다. 어찌 알아? 우주여행을 가서 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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